성장과 성취, 이를 욕망하는 삶의 순간에 대하여
3개월 차 백수의 아침,
오전 9시가 다 된 시간에서야 무겁게 눈을 떴다.
한 낮이나 된 듯 이미 햇살이 방을 한가득 점령했고,
하늘의 뭉게구름은 벌써 가을 인양 시간을 빠르게 감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 이 시간과 시기가 되었는지, 빠르게 감기 버튼을 누른 듯한 밖의 속도와는 다르게,
내 방의 시간은 되감기 버튼을 누른 듯, 어제 저녁 시간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
흠, 이거 참, 어느 시간의 리듬에 박자를 맞춰야 하나.
앞으로 움직여야 하나, 고요하게 뭉개면서 내 방의 시간에 머물러도 되는 걸까.
나른한 하루, 예상치 못한 욕망이 강하게 꿈틀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별 일 없이 나른했던 백수의 오늘, 커리어 내공이 대단해 보이는 어떤 분과 캐주얼한 짧은 미팅을 한 후 예상치 강한 욕망에 직면했다. 쉬고 싶다고 회사를 그만둬놓고, 왜 이랬다 저랬다 헷갈리게 하냐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겪어보니 그냥 욕망하게 되어 버리는 순간을 만난 거니까.
검블유 드라마 속(*최근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단연코 검블유) 타미는 "내 욕망엔 계기가 없어, 내 욕망은 내가 만드는 거야"라고 멋있게 외치며 일을 해내던데, 나의 욕망에는 계기가 필요했고, 마침 오늘 누군가를 만나며 강한 파도로 밀려왔나 보다.
사실 요 며칠 내 마음에는 성취에 대한 욕망의 잔물결이 일긴 했었는데, 이 욕망들은 쓰윽 나타났다가 싸악 하고 사라지곤 했다. 오늘의 큰 파도는 이 잔물결이 만들었던 흔적이 더해서 일거다. 오늘 미팅을 하면서 내가 해 온 일을 설명하고, 경험을 얘기하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되짚어 보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걸 경청하면서, 나는 배우고 싶고, 성장하고 싶다고, 성취하고 싶고, 그 과정을 욕망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오잇,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자 욕구였다.
배우고 싶다고, 성장하고 싶다고, 탐색하고 도전하고 싶다는 욕망 말이다.
그러고 보니, 과거 어느 시기, 내가 최선을 다해 질주했던 순간은 주고받는 에너지가 가득한 때였던 것 같다.
함께 일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소개할 수 있는 굉장히 많은 실력파 선후배들과 일을 함께 하고, 문제를 하나둘씩 풀어 크고 작은 짜릿한 성취를 만들어내고, 각기 다른 성장 동력으로 커리어 패스를 이어 나가는 분들에게 자극을 받으면서 말이다.
나른하지만 파도가 일었던 오늘을 보내며, 나는 인생의 작은 목표를 하나 추가했다.
나의 내공과 에너지로 누군가의 성장 욕망을 자극해 주는 좋은 동료이자 선배가 되자,라고.
우리는, 경험해야 느낀다.
사람을 보고 배운다. 역시.
P.S - 그런데 검블리 시즌2 안나옵니까. ㅠ.ㅠ 뒤늦게 검블리 보고 푹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