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통찰과 피드백에 대하여.
날카로운 돌직구 한 마디가 나의 삶의 관점을 넓히고 인사이트를 얻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태도나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면 더군다나 더 그렇다. 물론 신뢰가 기본으로 쌓여있어야 한다는 전제는 해두자.
지난주에는 40대에 PR에서 헤드헌팅으로 커리어를 전환한 선배를 만났다(*상무님이라 부르지만, 글에서는 선배로 통일했다). 다정하되 멈춰 설 수 있는 말보다, 직설적이되 성장하게 하는 말을 잘하셨고, 본인도 머무르기보다 도전하는 것을 선택한 분이기도 했다. 가끔씩 어떤 고민이나 불만을 툴툴거렸을 때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이 날도 그랬다.
나: "아니, 대표가 저한테 '징징'거린다고 하는 거 있죠. 징징거린다니... 제가 나이가 몇인데, 표현이...!"
선배: "그래서 반성은 했고?"
나: "앜ㅋㅋㅋㅋㅋㅋㅋ 바로는 반성 못하고, 며칠 뒤부터 반성했어요..ㅋㅋㅋㅋㅋㅋ"
다짜고짜 반성했냐니...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돌직구로 바로 날아오는 '반성했냐'는 말에 낄낄거리고 웃었다. 아, 보통 이 얘기를 하면 후배들은 같이 어이없어 하면서 100% 내 편을 들어줬었는데, 어떤 얘기를 추가로 듣지 않고 바로 반성했냐 라니.(난 내가 단 한 번도 징징거리는 편이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대화가 여러 갈래로 계속 흘러갔고, 현재 회사에서 PR이라는 직무가 어려운 것 같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나: "여기는 특히 PR 업무를 하기가 (여러 가지 이유로) 너무 어려운 곳 같아요"
선배: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이 제일 힘들고 어려워. 자기 일만 바라보니까, 내 일이 가장 중요하기도 하거든 누구나 그래. 다른 직무도 똑같이 생각할걸."
사실 이 선배는 예전 직장에서도 여러 가지 고민들에 대해서 돌직구를 던지는 분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들이었다.
과장급 누군가: "아니 제가 왜 애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실수한 것 때문에 같이 욕먹어야 해요?"
선배: "너 그러라고 그 사람들보다 돈 더 받는 거고, 그래서 선배인 거야. 그게 너의 일 중 하나야"
사원급 누군가: "아 저 대리님하고 일하기 너무 힘들어요."
선배: "막 대리가 된 선배하고 일하는 게 제일 힘들어. 처음으로 프로젝트 리드하잖아. 쓸데없는 일을 시키거나, 설명을 잘 못할 수도 있지. 근데 그래서 더 재미있을 수도 있잖아"
마음과 태도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어느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지 생각을 열어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따뜻하게 토닥거리는 말보다 듣는 순간 따끔거리더라도 생각의 여운을 주는 말들이 가끔씩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선배는 요즘에 2년째 개인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을 하는 창업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과 비즈니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 그날 만난 사회적 기업 대표를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계속 갈 수 있는지'를 물었고 이때 들은 대답이라고 들려줬다.
"자신을 위한 일은 얇고 짧아요. 남을 위한 일은 깊고 오래갈 수 있어요."
이 얘기를 들으면서, '이루다'라는 AI 챗봇을 계속 만들고 운영하는 길도 결국은 남을 위한 깊고 오래갈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친구가 많아도 누구든 어느 순간 외로움과 답답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긍정적인 관계 경험을 쌓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루다를 만드는 진심이 여러 사람들에게 왜곡없이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내가 생각보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 많이 스며들어 있다고 느꼈다.
이상하다, 내가 언제 이렇게 스며들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