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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Sep 25. 2022

견디는 시간  

우리는 이 시간이 결국은 지나갈 거라는 것도 알지

"야, 난 요즘 뭔가가 나를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


닭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담백한 찜닭을 먹었고, 그 친구가 말했다.

친구는 그가 최근 직면한 답답한 상황에 대해 얘기했고, 우리는 그 심각한 주제의 무게에 비해 꽤 담백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조금 더 어렸을 땐 이런 고민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거나, 마냥 울었을만한 죽음에 관련된 주제들. 그럼에도 꿋꿋하게 얘기를 나누는 걸 보면, 우리의 삶도 꽤나 무르익긴 했나 보다 생각하면서.


친구는 '여명'이라는 어려운 말을 듣고, 가족의 병간호를 맡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내가 경험하고 먼저 견딘 시간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경험해보지 않고는 진심으로 공감하기도, 그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어려운 것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힘내'라는 말보다 깊은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


"알잖아, 이건 힘들어도 견뎌야 하는 시간이야."

시간과 마음을 미뤄둘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이체할 수도 없고, 오롯이 그때를 받아들여 감당해야 하는 때. 다만, 견디더라도 네가 숨 쉴 시간과 여유는 꼭 남겨둬야 한다고. 스스로의 동굴로 들어가 있는 대신, 나든 다른 친구들이든 잠깐 숨을 가다듬는 시간에 먼저 초대해 달라고.


그렇게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2년 전의 기억과 그때의 공기에 대해 얘기했다. 가장 힘들다고 느꼈던 지점이 지나고 나면, 그 보다 더 답답한 상황을 마주했던 날들. 그런데 그렇게 마냥 견디는, 견디는 것 이외에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던 시간이 지나가고 나니, 그 경험들 덕분에 나는 내가 더 깊은 사람이 되었다고 믿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주변에서 걱정해주는 사람들의 진심을 받을 수 있도록 내 마음을 활짝 여는 것일 뿐.


친구야, 토닥토닥. 잘 이겨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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