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기만 한다면야
"그러니까, 실패할 것 같은 것만 도전하고 있는 거네. 실패하기 위해 도전하는 건가?"
예전 직장 동료를 만나 요즘 사는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다. 어릴 때부터 음악 소질은 없었지만 기타를 처음 배우고 있고, 운동 신경이 없지만 그래도 테니스를 계속하고 있다는 내게, 그녀가 말했다. 사십이 넘어서 음악이나 운동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맥락이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장난 섞인 그녀의 말에 잠깐 발끈 하긴 했지만, 사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기타와 테니스를 하는 날은 매번 일어날 때부터 한숨을 내쉰다. 기타는 튜닝을 잘 못해서 한참을 돌리다가 어이없게도 제일 두꺼운 줄을 끊어 먹었고, 기타를 쳐봤자 쇳소리만 퍼지기 일쑤고, 바레코드를 배우고는 답답함에 한계치가 오고 있었다. 게다가 선생님은 하나가 소화되기도 전에 두세 가지를 더 얹어주곤 했다. "기타를 못 치는 사람은 없어요, 연습을 안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죠"라는 말과 함께 하니, 할 말도 없다.
테니스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여전히 포핸드와 백핸드 사이에서 공과 나의 거리를 맞추지 못했고, 발은 무뎠고, 공은 제대로 맞지 않았으며, 체력을 빠르게 소진됐다. 테니스 공을 열심히 주시해도 긴 공과 짧은 공을 구분하지 못하겠기에, 어물쩍 뛰려다가 말았고, 어쩔 땐 그냥 공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일이 빈번했다. ("어라, 공이 왜 저를 지나가죠 선생님..?" 이러고 웃는 상황 ㅋㅋㅋ)
그러다가 집으로 오는 길, 갑자기 뭔가 뜻밖의 긍정의 주문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 문득 들었다. 내가 요즘 매번 경험하는 실패가 디폴트라고 생각한다면, 까짓 거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작은 성공의 증명이잖아. 여기에 어쩌다 한 번씩 실력이 늘기만 해도 즐거울 테고, 재미있으니 열심히 할 테고, 그 과정을 충분히 즐길 테고. 그렇다면 '나는 매일 실패를 하고 있다'는 생각만큼 나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말도 없잖아?
악기나 운동은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매번의 실패가 충분히 쌓여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세계. 그 세상에서 난 오늘도 실패를 했다. 아마 내일도 실패를 하겠지.
빨리 실패를 한가득 모아서, 어느새 늘어난 찔끔의 실력이랑 바꿔 먹어야지. 실패해도 계속하기만 한다면야. 얼마나 맛있을 거야, 그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