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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Aug 25. 2023

잉여력이 오지랖으로 폭발할 때

어디 키울게 없어서 오지랖을 키웁니다.  

6개월째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는 이 모 백수, 점심 무렵 슬금슬금 집을 나선다. 슬리퍼를 끌고 나가고 싶었는데, 오늘은 처음 만나는 사람이 껴 있으니 예의를 지켜 다른 걸 신는다.


밥을 얻어먹는 백수의 기본자세는 시간 엄수. 십 분쯤 일찍 가서 조신하게 앉는다. 파스타를 먹을까, 다이어트 실행 차 샐러드를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햄버거를 시킨다. 느끼해질 무렵, 커피도 주문한다. 얻어먹는 건 좋은데, 너무 받아먹기만 해서 이젠 진정한 밥충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래저래 얘기가 오가는 중, 누군가 이 백수를 보충 설명한다.

"얘가 나이는 많은데, 에너지도 많아"


이 백수, 바로 정정해 준다.

"저 나이 안 많은데요?"


그럼 그럼, 40대면 나이가 많다고 할 수 없다. 시간 감각이 없어진 터였고, 마냥 철없는 나이로 남아 있어야 했다. 인정하는 순간, 늙는다. 뻔뻔해지면서, 그냥 그렇게 믿기로 한다.


그렇게 밥을 먹고 돌아가는 이 백수, 무언가 계속 찝찝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답은 나온다. 오지랖이다. 그녀 안에 넘치는 잉여력이 잔소리로 승화하고 있었다.


어디 보자... 그녀 안의 오지랖은 이미 그 존재를 크게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 점심부터가 그랬다. 예전 직장 선배의 딸을 만났으니까. 인사를 하고 나서부터 선배의 딸에게 잔소리를 시전 했다. 누가 이 백수에게 이 오지랖을 허했나? 가히 특기라 할 만했다. 하나 예상하지 못한 일은 있었다. 그녀의 입으로 내 뱉은 잔소리는 그녀 귀로도 들어가, 백수 본인도 잔소리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 할 만하다.


이 백수는 이 날 새벽에도 예전 직장 상사에게 오지랖을 부려댔다. 누가 조언을 구했다고, 그렇게 참견을 하는지. 이 백수도 굳이 넘지 않아도 되는 선을 왜 넘어버렸는지 자신을 잠깐 탓했더랬다. 뭐, 어쩌랴. 이미 수많은 오지랖의 땅에 깃발을 세웠는 걸. 다시 수거할 수가 없다.


어디 이뿐이야. 조카의 시험 점수에 갑자기 흥분한 이 백수는 굳이 매일 밤 본인과의 스터디 타임을 제안했다. 매일 밤 왜 조카와 구글 미트를 해야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본인 오지랖의 결과일뿐.


잉여력의 폭발로 촉진된 그녀의 오지랖은 더 나아가 후배의 청첩장 문구까지 고쳐대고 있었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대체 왜 그러냐는 사람들의 비난에 이 백수는 '나 심심해'라고 대답 할 수밖에.


이 백수님, 아무래도 거기서 멈춰야 할 것 같은데.

어디 키울 게 없어서 오지랖을 키웁니까.  오지랖 대신, 자기 자신을 키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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