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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경 Aug 05. 2023

돌로미테.. 그 한 달간의 기록

돌로미테 6일 / 브레사노네 여섯째 날 / 23. 06. 13

Santa Maddalena Panorama Trail

(Panoramaweg)


너~~ 무나 긴 하루였다.


내일 왕복 7시간 트레일을 걸을 예정이라 오늘은 가볍게 서너 시간 정도만 걸을 생각으로 아침에 우체국에 들러 필요 없는 짐들을 집으로 부쳐버리고는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출발했다.

버스가 방금 출발했기에 한 시간여를 기다려야 해서 도심 속 작은 정원 Giardino dei Signori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도심 한가운데 이런 작고 예쁜 정원이라니~


브레사노네 도심 한가운데 숨어있다시피 작은 통로를 통해 우연히 발견한 Giardino dei Signori


다시 330번 버스를 타고 산타 막달레나에 내려 info에서 지도를 받아 들고 나섰다.

산타 막달레나 교회까지 올라가 Panoramaweg를 걷다가 이어서 Sunnseitnweg로 해서 다시 산타 막달레나로 돌아오는 트레일인데 좀 까다롭고 헷갈릴 수 있으니 타바코 맵에서 이 부분 지도를 구입해서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되어 있었으나

그냥 설명만 참조하면서 info에서 받은 지도를 보며 걸었다.  깊은 산 속도 아니코 완만한 능선이라 길을 잃어도 다른 길로 걸어도 되고, 그냥 걷고싶은 만큼 걷다가 버스타는 곳만 잘 찾아가면 되겠다 편하게 생각하며 걷기 시작했다.


산타 막달레나 인포메이션 센타 화장실 . 어느쪽이 여자화장실?

산타 막달레나 교회까지 걸어가서 교회를 한 바퀴 돌아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나타나는 panoramaweg라 쓰인 표지판을 지나 약간 경사진 언덕을 오르니 그 유명한 산타 막달레나 포토 스폿. 교회너머 Geisler 산군이 보이는 풍경은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왼쪽/ santa magdalena church                              오른쪽/ 산타 막달레나 포토스팟에서 바라보는 풍경


길은 숲 속 오솔길. 중간중간 양들을 위해 설치된 작은 문들을 열면서 걸어갔다. 오랜만에 그늘진 숲 속 오솔길이라니 얼마나 좋은지.. 사람도 거의 없는 한적하고 호젓한 숲길을 한 시간 정도 걸었나...

도로가 나오고, 버스정류장도 있다.


이 길이 맞나 싶어 설명을 확인하고는 길을 건너

아주 작은 하얀 교회를 지나 가파른 경사를 올라 산길을 걸었다. 여기서부터 길이 헷갈리기에 경로를 확인하느라 안경을 꺼내려는데 안경이 없다!! 

배낭에 고정시킨 핸드폰 파우치 앞쪽에 넣어두고 꺼냈다 넣고 는데...


다초점 안경이라 그게 내 눈인데.. 분명 도로를 건너기 전  안경을 꺼내 쓴 기억이 있기에 손, 발, 스틱 등 온갖 것을 동원해 풀숲을 헤쳐가며 산길을 세 번이나 오가며 뒤진덕에 거의 한 시간 만에 안경을 찾았다. 앗싸~~

그냥 돋보기안경이었다면 아마 벌써 포기하고 말았을 터... 없음 안 되니 간절한 마음으로 필사적으로 찾았으니 다행이지..


안경을 찾을 땐 안경만 찾으면 그만 내려가야겠다 했는데 일단 안경을 찾고 나니 더 걷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배고픈 것도 모르겠어서 좀 더 걷고 나서

나중에 브레사노네 시내로 들어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겠다 하고는 점심도 건너뛰고는 다시 길을 찾아 내려오니 오후 4시.


한 시간 후에나 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카페에 앉아 크림 듬뿍 넣은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느긋하게 앉아서 여유를 즐겼다.


잘 걷고, 안경도 찾았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한참을 가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보니  트래킹 스틱이 없다!!

보통은 트래킹을 마친 후 버스를 기다리면서 바로 접어서 가방에 넣는데 아까 카페에서 안경 찾은 안도감에 긴장이 풀려 스틱을 접지도 않고 그냥 의자에 걸쳐놓고는 잊어버리고 버스를 탄 것이다.


내 미치겠다. ㅠㅠ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번이라 되돌아가 찾아올 수도 없는 노릇..


다행히도 카드로 결제한 덕에 카페이름이 나와있어 구글에서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했다. 내가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있다며 잘 보관해 두겠다고 하니 다행이라 해야겠지..

내일 아침에 찾아서 가야 하는데, 그거 찾느라 한 시간에 한 번인 버스 내려서 찾은 후  다시 한 시간을 기다렸다 버스를 탈 수 있지만, 그나마 잃어버리지 않고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겠지.


이 정신머리에 또 내일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서 찾는 거 잊어버릴까 봐 걱정이다.

이런 날은 더 이상 밖에 다니지 말고 숙소로 가서 그간 한 번도 안 뜯은 컵라면 먹고 자는 게 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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