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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경 Aug 07. 2023

돌로미테.. 그 한 달간의 기록

돌로미테 8일 / 오르티세이 첫째 날 / 23. 06. 15

오르티세이 Ortisei / Urtijëi로 이동


아침을 먹고 8시 57분 350번 버스로 오르티세이로 이동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Garni Hotel August.

오르티세이 버스 스테이션에서 걸어서 15분이고, 한 시간에 한 대 다니는 마을버스로도 갈 수 있다는데 그 정도야 뭐 그냥 슬슬 걸어가면 되지 뭘 버스를 기다리나 싶어 걸어갔는데 가다 보니 올라갈수록 경사가 가파른 언덕이라 가방까지 끌고 어찌나 힘들던지..


오르티세이는 아주 작은 마을로,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Rio Gardena 강을 중심으로 양쪽 산간마을이 작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시내중심부 양쪽으로 다 급한 경사면이라서 어딜 가나 그러려니 하고 다녀야 한다.

Resciesa 푸니쿨라와 Seceda 케이블카를 타려면 마을을 위아래로 관통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면 되는데, 오죽하면 실내도 아닌 도심 중간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놨을까..

에스컬레이터가 없었다면 케이블카 타러 가기 위해 등산부터 해야 했을 거다.


싱글룸 조식포함 63유로인데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아주 쾌적하고 좋다. 실내는 침대와 옷장, 책상 등 가구를 포함해 모두 원목이라 기분 좋은 나무향이 살짝 느껴진다. 내 방 테라스에선 알페 데 시우시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보인다.

조식도 아주 훌륭하고, 특히 숙박기간 내내 Mar Dolomiti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는 무료이용권을 주었는데 온수풀이라 날씨 상관없고, 실내풀과 실외풀이 있고, 실내풀엔 25미터 레인 수영장, 어린이 풀, 버블바스, 스팀바스 등이 있다.  

사우나는 추가요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데 여긴 수영복을 입을 수 없고 수건만으로 가리고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그냥 수영장만 이용했다.


통유리창으로 돌로미테의 웅장한 암봉을 바라보며 수영하고 있노라면  트래킹 후 피로가 싹 다 날아가는 것 같다.  하루 이용권이 17유로 정도인데, 체크인할 때 지역교통카드와 함께 수영장 이용권을 함께 준다. 

수영장에서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묻더니 한국이라니까 잠깐 기다리라며 한국어 설명서를 가져와서 보여주며 설명해주기까지 하는 걸 보면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는가 보다.


아직 체크인 전이라 짐을 맡겨놓고 오르티세이 시내로 다시 내려가 info에 들러 지도를 받고, 사고로 운행이 중단된 케이블카 구간에 대한 설명도 듣고, 몇몇 트레일 정보도 챙겼다. 브레사노네에선 한국사람을 한 명도 못 봤는데 오르티세이에 오니 정말 많다.

처음 만난 세 중년여성들에게 인사를 건네니 반가워하며 세체다 케이블카가 수리 중 일어난 사고로

운행이 중단된 걸 아냐면서 여기서 어떻게 하면 세체다에 오를 수 있는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여행을 할 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도 그랬고, 일주일에 하루는 쉬는 날..

일주일이나 보름 짧고 빡빡하게 여행하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 장기여행이기 때문에 일상에서처럼 일주일에 하루는 여유롭게 지내며 쉬어준다.

여행 중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몸살이 나거나 아프면 호텔방에서 쉬어도 제대로 쉬어지지도 않고, 아파도 밥은 먹어야 하니 호텔방에만 누워있을 수도 없고, 누워있다고 해도 마음까지 쉬어지지가 않아서 회복할 때까지 힘들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컨디션 유지가 최우선이다.


나이도 있는 데다, 예민하고, 체력이 남들보다 좋은 편도 아니어서, 보통 때도 하루 8시간은 꼭 자야 하고, 체력이 떨어지면 바로 몸에 신호가 오기 때문에 여행 나오면 내 몸을 유리그릇 다루듯 항상 조심히 보살핀다.

비록 한 시간 버스 타고 이동했지만 어쨌든 짐 끌고 숙소 찾아 이동하면 힘들다. 지난 일주일간 잘 걸었으니 오늘은 시내구경이나 하고 수영이나 하며 쉬어야겠다. 시내엔 슈퍼마켓도 있어서 물이며 과일, 주스등을 샀다.


그나저나 산장마다 음식값은 싸고 정말 맛있는데 비빔밥과 상추쌈에 된장찌개 생각이 물밀 듯 밀려온다. 얼른 생각을 떨쳐버려야지.. 한번 사로잡히면 정말 더 이상 음식도 안 먹히고 힘들 테니..

한국사람들 많이 온다니 혹 슈퍼마켓에 뭐라도 있으려나 함 찾아봐야겠다.


근데 그 많은 한국인들이 트래킹 하다 산장에 들르면 한 명도 안 보인다는.. 다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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