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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경 Aug 10. 2023

돌로미테.. 그 한 달간의 기록

돌로미테 13일 / 오르티세이 여섯째 날 / 23. 06. 20

오르티세이에서 350번 버스를 타고 치암피노이 Ciampinoi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후 어서 셀라패스 Passo Sella로 가려는데 길이 별로다.  아님 다른 길이 있는데 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 싶기도 한데, 내리막인데 공사 중인 곳도 있고 트래킹 하기 좋은 길은 아니어서 한 시간 정도 걷다가 차도가 보이길래  차도 쪽으로 걸어 나가서 셀라패스로 가는 471번 버스를 탔다.


셀라 패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옛날 한계령 같은 좁고 꼬불꼬불한 언덕길.

도로는 딱 왕복 2차선이어서 곡선도로에서 차가 양방향에서 서로 마주치면 서로 비껴주어야 할 정도로 도로 폭에 여유가 없어서, 병목현상이 났을  땐

버스와 맞은편 승용차 대열이 십 분이 넘도록 서로 대치한 채로 꼼짝을 못 하다가 결국은 교통경찰이 와서야 겨우 차가 움직일 수 있었다.  


낮시간이라 그 큰 버스에 승객은 달랑 나 혼자.

맞은편은 페라리, 포르셰 오픈카들이 주욱 늘어서 있고.. 그 비싼 명품 오픈카들이 나 혼자 탄 버스 때문에 못 움직이고 있는 걸 보면서 왜 그리 재밌던지..  오르티세이에선 세계적 명차들을 정말 많이 봤는데, 생전 구경도 못해 본 차들도 많고 오픈카가 특히 많은데, 이렇게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이라면 오픈카를 탈 만은 하겠다.


하지만 그럼 뭐 하나.. 이렇게 차가 막히고, 속도도 못 내는데.. 알토 아디제에 속한 브레사노네, 오르티세이, 산 칸디도 등에선 승용차 사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 모든 관광객들에게 무료교통카드를 주는데 이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반면 베네토 주에 속한 코르티나 담페초에서는 교통카드를 제공하지 않아 버스비를 내고 다녔고, 버스루트등 시스템 자체가 불편해서 대중교통으로 다니기에 불편하고,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가는 곳마다 주차장 주변 몇백 미터까지도 차가 도로에 주차되어 있었다. 성수기엔 승용차 통행을 제한하는 곳도 있을 정도라니 교통체증이 심각하다는 얘기..


무릎이 괜찮았다면  sassolungo loop trail을 걸었을 테지만 지금은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싸쏘룽고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1~2인용으로, 서서 타고 올라가는 통모양의 작은 케이블카인데,  케이블카가 속도를 줄이 지를 않고 계속 움직이는 거라 문을 열어주어 잽싸게 올라타면, 밖에서 문을 잠가주는데, 십분 넘게  바람에 흔들리면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면서 보니 버팀대들이 작고 좀 부실해 보여 사실 좀 내내 불안하고 무서웠다.


이 높고 좁은 산꼭대기에도 어김없이 산장이 있었다. 밖은 눈이 내 키만큼 쌓여있고 패딩과 재킷을 꺼내 입어야 할 만큼 추워서 테라스에선 경치만 구경하고 산장 안으로 들어갔다.

미네스트로네 수프와 카푸치노를 주문하고는 싸가지고 온 크로와쌍과 삶은 달걀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가 케이블카와 반대 방향에서 사람들이 올라오기에 혹시나 걸어서 내려갈 수 있는지, 내려가면 어딘지를 물으니, 올라오는 건 그나마 괜찮은데  날씨도 안 좋고 눈도 간혹 덮여 있다며 내려가는 건 권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버스를 타고 Seilbahn Plan de Gralba (Pana de gralba)에 내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Piz Seteur로 올라간 후 거기서 5분 정도 걸어가서 체어리프트를 타고  Gran Paradiso에서 내리니 여기서 Passo Sella까지 걸어서 20분이라 나와 있고, 걷는 걸 즐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최소한의 걷기만으로 Piz. Seteur, Gran Paradiso, Sassolungo를 다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해 놓았다.



그러고 보니 passo sella에서 굳이 버스 기다려서 타고 plan de gralbe로 올게 아니라 그냥 걸어와서 여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면 되는~

아침식사 때 만난 현주 씨와 정은 씨가 얘기한 게 바로 이거였구나..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안내판을 보니 plan de gralba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Piz Seteur로 올라가서 4분 정도 걸어 다시 체어리프트를 타고 5분 정도 올라가서 21분 걸어가면 Passo Sella. Passo Sella에서 그 통모양의 미니 케이블카를 타고  싸쏘룽고 Rifugio Toni-Demetz까지 15분.  그런 다음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셀라패스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다시 오르티세이로 가면 되는 거였는데 난 그 반대방향으로 움직인 셈.


오르티세이로 돌아와 저녁으로 피자를 먹으러 mauritz keller로 가니 오늘 쉬는 날..ㅠ

할 수 없이 트립어드바이저를 검색해서 Toronda에 와서 크리스피 마르게리따 피자를 시켰더니

우리가 생각하는 그 얇은 피자가 아니라 두툼하고 바삭한 도우에 토마토소스가 듬뿍 올라간 피자.

난 얇고 바삭한 피자를 기대했는데...

어제 호텔에서 아침을 먹으며 만나 이틀 동안 같이 아침을 함께 한 현주, 정은씨네가 떠나니 이상하게 허전하고 살짝 우울하기까지 하다. 그 전날에도 식당에서 마주쳤는데 난 그 둘이 중국인이라 생각했고, 그들은 내가 일본사람인 줄 알고 서로 모른 척하다가 어제 우연히 옆 식탁에 앉아 식사하다가

서로 한국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합석을 하게 됐는데, 둘 다 나보다 나이가 한참 아래인데도

어찌나 얘기가 잘 통하던지 조식타임이 끝날 때까지도 정신없이 같이 수다를 떨었다.


돌로미테에 그리 오래 있지는 않고 며칠 머물다가 스위스로 갈 건데, 오기 전 돌로미테를 다녀온

분을 찾아가 도움을 받아 미리 다 일정을 다 짜서 프린트까지 해가지고 와서 계획대로 다니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게 monte seura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오늘 그들을 보내고 나도 그들이 말한 일정을 어렴풋이 기억해 내고 검색해서 찾아왔는데

난 그들과는 반대로 걸은 셈...  하지만 오늘도 역시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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