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ni Vanadis로 숙소를 옮겼다. 이쪽이 평지라편할 줄 알았는데 시내랑 두 정류장 떨어져 있어서
걸어 다닐 만도 하고, 버스를 타도 되고, 교통은 편한데 시설이 좀 낡았고, 침대 매트리스가 살짝 꺼졌다. 앞 도로에서 나는 차소리는 별로 안 들리는데 대신 개울물 소리가 요란해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시끄러울 정도다. 조식도 가르니 아우구스트보다는 별로다.
반면 Garni August는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쾌적하고 좋은 데다, 관리도 꽤 체계적이어서 빈틈이 없다. 아침식사도 아주 좋았다.언덕이라 올라갈 때 좀 힘들긴 해도 조용하고, 내려올 땐 지름길로는 10분만 걸어 내려오면되고, 올라갈 땐 버스 시간 맞춰 시내에서 장을 보거나 쇼윈도를 구경하다가, 아님 벤치에 앉아있다가 타고 올라가거나 그냥 슬슬 걸어 올라가면 된다. 가르니 아우구스트에선 한국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던걸 보면 평이 좋은가보다. 가격차이도 얼마 안 되는데 비해 아우구스트가 훨씬 좋다.
20분 정도 걸어서 왔는데도 진이 다 빠진다. 숙소이동은 같은 장소에서는 절대 하지 말 것.
11시 34분 350번 버스를 타고 브레사노네에 갔다. 관광도시 오르티세이와는 달리 좀 더 차분하고 편하게 느껴진다. 여기선 버스 타고 쾌적하게 트래킹을 다녔다. 이곳은 경사도 없고 편안하다. 그냥 좀 멀더라도 어차피 350번 버스로 어디든 다니니 굳이 오르티세이에 숙소를 정하지 않고 좀 멀긴 해도 그냥 버스에 흔들리며 여기서 여유롭게 다니는 것도 좋을 듯..
물론 너무 먼 곳은 안 되겠지만 Rasciesa, 세체다, Col Raser 등은 가능하다.
오늘은 그냥 쉬러 브레사노네로 다시 왔다.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지..돌로미티에 와서 처음 들른 도시라 그런지 다시 오니 고향 온 것처럼 편하다.여긴 카페와 상점들로 가득 찬 오르티세이보다는 덜 복잡하고 한국사람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르티세이가 예쁘다고 하는데 난 사실 브레사노네에 있다가 오르티세이에 가니 오히려 살짝 실망스러웠다. 소박하고 아담하고, 생활이 묻어있는 이곳과는 달리 오르티세이는 호텔, 상점, 레스토랑만 있다.
오죽하면 오르티세이에선 금년부터는 공유숙박을 포함한 숙소허가를 일체 불허하기로 했단다. 숙소 하나가 문 닫으면 그만큼만 허가해 주는, 이른바 총량제를 실시하기로까지 했다니 여행자가 아닌 실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피곤했으면..여기도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저기 수많은 도로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고, 공사 중인 곳도 많다. 이렇게나 길이 많은데 무슨 또? 싶을 만큼..
한국에서 수입 메리노울 양말을 꽤 비싸게 주고 사가지고 왔는데도 이틀만 신으면 발가락에 물집이 생겼다.지난주에 여기서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들른 메리노울 전문점에서 메리노울 양말을 하나 사서신었는데 같은 메리노울이어도 가공이나 짜임이 다른지 며칠을 신어도 물집이 전혀 안 생기고 편해서오늘 하루 쉴 겸 양말 하나 더 살 요량으로 겸사겸사 쉴 겸 왔는데 12시부터 3시까지는 상점들이 다들 문을 닫았다.
테라스에서 밥 먹고 커피까지 마셔도 2시도 안 됐고, 공원도 덥고, 마침 성당이 보이길래 덥석 들어왔다. 오~ 시원해~ 역시. 더울 땐 성당이 최고야.
이태리는 카페나 레스토랑도 대부분 내부에도 에어컨이 없거나 어쩌다 있어도 덥다.
거의 20여 년 전 그 뜨거운 한여름 베니스에서 밥 먹으며 더위라도 식힐까 싶어 안으로 들어갔더니
안이나 밖이나..ㅠ 그 더운데도 흰색 긴팔 셔츠를 입고 서빙하는 웨이터들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여기서 한 시간쯤 졸다 나가야지..
양말 산 곳이 어디였는지 길치인 내가 그걸 기억할리가...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그냥 socks라고구글맵에 쳐봤더니 MM socks-Wundersock라고 뜨길래 확인해 보니 내가 갔던 곳이 맞다. ㅋ
결국 남편 양말까지 2켤레를 사고 내 것도 하나 더 샀다.
장애를 장애로 여기지 않을 수 있게 해 주면 장애인도 없다는 말이 실감 난다.나 같은 타고난 길치, 방향치도 구글맵과 내비게이션 덕에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