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테.. 그 한 달간의 기록
돌로미테 16일 / 오르티세이 아홉째 날 / 23.06.23
아침을 먹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더니 무섭게 비가 쏟아진다. 오늘이어서 참 다행이다. 어제였음 숙소를 옮겨야는데 심란할 뻔..
비가 오니 괜스레 마음이 놓이고 편해진다. 비 때문에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할 핑계가 생겼으니..ㅎ
브레사노네에서 트래킹 중에도 한 번은 우박, 한 번은 비가 왔지만 잠시였고, 판초 쓰고 걸어 내려올 수 있는 정도였는데 오늘 같은 폭우는 처음이다.
밖에 나가기 싫어 점심도 누룽지와 라면, 그리고 조식 때 챙겨 온 삶은 달걀과 바나나 한 개로 때우고 종일 전기담요에 허리와 등을 지지며 누워서 코르티나담페초에서 걸을 트레일들을 살펴보고, 마켓컬리와 초록마을에다 주문도 하고, 친구들이랑 키득거리며 톡질도 하면서 침대에 붙박여 있었다.
좀 지쳤나 보다. 덥지 않아서 오히려 걷기 좋을 텐데 산책이라도 나갈까 싶다가도 다 귀찮고 움직이기도 싫다. 저녁 먹으러 나가서 생수나 사 와야겠다.
종일 누워 뒹굴거리다가 낮잠도 자다가 6시 반이 넘어서야 저녁을 먹을 겸 슬렁슬렁 나섰다. 여행 다니면서 아무리 피곤하고 지쳐도 종일 숙소에서 뒹굴거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단 밥도 먹어야 하고 여행 나와서 숙소에서 뒹굴거리는 것 자체가 불편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날씨도 그렇고, 그냥 숙소에서 뒹굴거릴 수 있을 만큼 편했다.
Mauritz Keller에서 피자와 맥주로 저녁을 먹었다. 바람이 차고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