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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경 Aug 14. 2023

돌로미테.. 그 한 달간의 기록

돌로미테 17일 / 오르티세이 열흘째 날 / 23. 06. 24

monte pana-monte seura


며칠 전 가르니 아우구스트 Garni August에서 만났던 현주, 정은 씨는 오기 전 돌로미테를 다녀온 분이 만들어준 일정을 받아와서 그대로 다니고 있었다.  그날 난 치암피노이 Ciampinoi로 갔고, 그들은 Mont de Seura에 간다고 했다.


오늘은 어딜 갈까 하다가 그 생각이 났다.  버스를 타고 Santa Cristina, municipio에 내려 monte pana cable station에서 리프트를 타고 monte pana로 올라가서 거기서부터 mont de seura까지는 걸어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오랜만에 나무가 우거진 숲길.. 중간중간 놓인 벤치에 앉아 풍경을 즐겨가며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어제 내린 비로 날씨는 청명하고 하늘은 더없이 맑고 깨끗하다.  Monte Seura에 오르니 세상에나.. 바로 앞엔 싸쏘룽고가 떡 버티고 있고, 왼편 멀리로는 마르몰라다 Marmolada가,  오른편 저 멀리로는 알페 데 시우시 Alpe de Siusi가 펼쳐진다.  평면의 지도에서는 그저 각각의 퍼즐조각들로 존재하던 것들이 이곳에 올라와서야 비로소 조각들이 서로 짜 맞춰지고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다.  이제야 대충 방향감각이 생기고 산과 산들이 서로 어떻게 바라보고 연결되는지가 어렴풋이 그려진다.


알페 데 시우시 Alpe de Siusi / Seiser Alm


마르몰라다Marmolada


케이블카 스테이션 바로 앞, 싸쏘룽고를 마주하고 있는 벤치에 앉아있던 독일인 노부부와 얘기를 나눴다. 

83세인데 베를린에서부터 900킬로가 넘는 거리를 이틀 동안 운전해서 왔다고.. 헐.. 젊었을 땐 둘이 걸어서 사소룽고까지도 올라갔었단다.  우리나라에선 70세만 되어도 운전면허 반납을 권한다고 했더니 웃는다.


물론 그들도 그 나이에 국경을 넘는 장거리 운전까지 하면서 여행 다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독일 사람들의 여행사랑은 못 말리니까 또 모르겠다. 세계 어딜 가나 압도적으로 독일여행객이 많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진지하게 설명 들으며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독일관광객들이다. 그들만큼 학구적인 여행객들도 없지 싶다.ㅎ  집에서부터 캠핑카 끌고 배에 싣고 아이슬란드까지 오는 사람들도 독일사람들.. 독일사람들이야말로 여행에 진심이다. 돌로미테에서도 독일사람들이 가장 많고, 독일어가 가장 흔하게 들린다. 물론 여기야 독일에서 가깝기도 하고, 언어도 독일어를 쓰니까 독일사람들이 오기엔 정말 편하겠지만...


싸쏘룽고 Sasso Lungo
오른편 싸쏘룽고 옆으로 저 멀리 마르몰라다가 보인다.


다시 거의 두 시간을 걸어 도착한 Rifugio Emily Comici. 내가 지금까지 본 산장 중엔 최고다. 여긴 작은 나무문이 있어서, 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안내를 받아서 들어가야 하는데 지하에 있는 화장실도 시설이 역대급이다. 보통 산장 화장실은 산장을 이용하든 안 하든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는데 여기는 아까처럼 안내를 받아야 하는 거라면 화장실만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함?


음식값도 산장 중 가장 비싸고, 심지어 coperto까지 받는다. 눈 덮인 마르 몰라다가 바라다보이는 테라스라니...


가르데나 카드는 어제까지로 만료되었고, 케이블카는 왕복표를 끊었지만 그냥 포기하고 selva로 내려갈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냥 다시 monte pana로 내려갔다. 40분 정도면 간다더니 표지판엔 1시간 10분이라 쓰여있다. 시간은 3시 45분. 헐.. 저 앞 야외의자에 누워 마르몰라다를 바라보며 한가하게 여유 좀 부리려고 했더니만.. 마지막 리프트가 5시.  526번 트레일을 걷다 528번으로 걸어서 중간엔 뛰다시피 내려오니 4시 40분. 괜히 뛰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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