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코르티나 담페초로 이동하는 날. 어제저녁나절 맥주와 커피를 마셨음에도 9시가 되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잠자리에 바로 누웠으나 거의 한 시간 넘게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다가 새벽 4시쯤 다시 깨서 뒤척이다 7시에 일어났다. 앞으로 절대 저녁엔 커피는 마시지 말자.. 제발...
오기 전 구글맵으로 검색하니 오르티세이에서 내 숙소인 산 비토 디 카도레 San Vito di Cadore까지는 버스와 기차를 번갈아 4번을 갈아타고 4~5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왔지만 자동차로는 1시간 40분. 그렇다면 여행객 대부분이 코르티나 담페초와 오르티세이를 오가는데 설마 6월이면 준성수기인데 현지에서 직행버스노선이 없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숙소에서 물어봐도 직접 가는 버스노선이 없다고 하고, 내가 그럼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대중교통 루트를 좀 알려달라니까 프린트를 해서 주는데 이도 마찬가지다.
8시 37분 숙소 앞에서 351번 버스를 타고 Bahnhof Klausen(이태리어로는 Stazione di Chiusa, 두 이름이 정말 달라서 한동안 엄청 헷갈렸다)에서 내려 9시 25분 기차로 Bahnhof Franzensfeste로 가서 다시 도비아코 Dobiacco(Toblach)로 가는 기차로 갈아탔다.
여정을 정리하면
8시 37분 Garni vanadis 앞에서 버스를 타고
9시 18분 Bahnhof Klausen 도착.
9시 25분 Franzensfeste로 가는 기차를 타고
9시 44분 Bahnhof Franzensfeste 도착.
9시 50분 Dobbiaco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고
11시 05분 Dobbiaco 도착.
11시 10분 코르티나 담페초행 445번 버스 타고 11시 55분 코르티나담페초 도착.
난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San Vito di Cadore에 있는 숙소로.
여행객 대부분이 오르티세이와 코르티나 담페초를 오가는데 왜 버스노선이 없는지 어이가 없다. 숙소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며 몇 년 전부터 건의를 했는데도 아직 까지란다. 차로는 1시간 반이면 오는데 대중교통으로는 버스와 기차를 3번이나 갈아타야만 올 수 있고 시간도 거의 거의 4~5시간이나 걸린다. 시간이 걸리는 건 그래도 괜찮은데 적어도 직행노선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버스로는 왼쪽노선, 자동차로는 오른쪽 노선. 너무나 불합리하다.
근데 막상 코르티나 담페초에 와보니 지역에 따라 행정이 완전히 다른 것 같다. 브레사노네와 오르티세이, 산 칸디도 등이 속한 알토 아디제 Alto-adige 지역은 관광객에게 무료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sudtyrol guest card라는 지역교통카드를 주어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고 버스이용을 권장함으로써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해소하는데 애쓰는 반면, 코르티나 담페초가 속한 벨루노 Belluno 지역은 가는 곳마다 주차난에 교통체증으로 골치를 앓으면서도 전혀 그런 대책이 없는 것 같다.
오르티세이에서 코르티나 담페초까지 오는 버스와 기차까지도 오르티세이에서 받은 sudtyrol (south tyrol) guest card로 무료로 이용이 가능했는데, 검색해 보니 그냥 사야 한다면 1일권 20유로, 3일 이용권이 30유로, 1주일 이용권이 45유로이므로, 내가 브레사노네와 오르티세이에서 절약한 교통비는 120유로나 되는 셈..
숙소 예약 시에도 명시가 되어있고, 체크인을 할 때 1인당 1장씩을 무조건 주었다.
이 카드덕에 코르티나 담페초를 제외하고는 거의 교통비가 들지 않아서 숙박비 외엔 그저 밥값만 들었고, 비용이 엄청 절감되기도 했거니와, 버스비를 일일이 계산하거나 버스비 때문에 망설이는 일도 없어서 무척이나 편하게 이용했다. 사실 카드에는 내 숙박날짜가 펜으로 적혀있었고, 카드에는 6월 30일이라 찍혀있긴 했지만쎄스토에 가서도 도비아코까지 이동할 때는 물론이고, 브라이에스 호수 Lago di Braies, 프라토 평원 Prato Piazza에 갈 때도 이용했다. 차비가 5유로였는데 대체로는 그냥 기계에 스캔하면 되었고, 가끔씩은 버스기사가 보여달라고 요구해서 보여주었는데 딱 한 번 자세히 보더니 내 날짜를 가리키며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한 번 버스비를 낸 적이 있다. 당연한 건데도 내내 무료로 다니다가 내려니까 괜스레 살짝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ㅋ
반면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를 보기 위해서는 아우론조 산장으로 가야 하는데, 코르티나 담페초나 도비아코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Misurina Genzianella에서 다 내려서 무조건 15유로나 하는 전용버스를 타야만 하고, 승용차를 가지고 가는 사람들은 도로초입에서 1일 30유로가 넘는 주차요금을 미리 내야만 도로로 진입할 수 있어서 몇 백 미터씩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어쨌든 어찌어찌 코르티나 담페초에 도착했다. 여긴 오르티세이보다도 더 크고 복잡하다. 브레사노네, 오르티세이에 있다 오니 완전 시골쥐 서울 온 기분이다.
숙소가 있는 산 비토 디 카도레는 여기서도 15분 거리.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번 다니는데, 물론 버스가 거의 시간에 맞춰 오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나가면 바로 버스를 타고 코르티나 담페초로 갈 수 있고, 거기서 내가 가고자 하는 노선버스가 바로 연결되긴 하는데 막차가 너무 일찍 끊어져서 트래킹을 하려면 아침도 못 먹고 7시엔 나와 버스를 타고 가야 돌아오는 버스를 탈 수가 있었다.
코르티나는 숙박비가 너무 비싸서 15분 거리의 산 비토 디 카도레 San Vito di Cadore에 숙소를 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오르티세이 그 좋았던 숙소보다 훨씬 비싸면서도 열악하다. 숙소는 꽤 오래된 건물인데 지을 당시엔 꽤 고급스러웠을 듯 하나 지금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낡고 별로다. 리셉션의 직원은 영어가 안 되는 할아버지. 체크인 시간이 안 됐으니 나중에 다시 오라기에 그럼 그때까지 짐을 맡아달라니까 마지못해 방 열쇠를 내준다. 리뷰에도 불친절하다고 나와있고, 오히려 레스토랑 직원들만 친절하다고 나와있었는데 정말 그랬다.
일단 짐을 풀고 코르티나 담페초 시내나 구경하려고 버스를 타러 나갔더니 1시간에 한 번 다니는 버스가 점심시간 동안엔 운행을 안 해서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15분 거리라 버스가 자주 있을 줄 알았는데, 한 시간에 한 번인 데다 심지어 점심시간엔 운행을 안 한다니... 어처구니 상실...
뙤약볕을 피해 근처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쉬다가 거의 2시간 만에야 버스를 타고 코르티나 담페초로 가서 생수와 치약을 사려고 슈퍼를 찾으니 일요일이라 다 닫았다. 식사시간을 놓쳐 뭔가를 먹을 곳을 찾아 사람들이 많은 레스토랑에서 뽈뽀비빔밥이랑 맥주를 주문했는데 거의 생쌀 같은 밥에다 문어랑 야채를 얹은 밥이 나왔다. 밥이라고 해서 주문했는데 이건 도대체 어느 나라 음식인지... 코르티나 담페초 시내는 오르티세이보다는 좀 크길래 볼거리라도 있을까 해서 나왔는데 별 구경거리도 없고 정신없다. 차라리 숙소 근처 트레일을 걸을 걸 그랬다 싶다.. info도 못 찾아서 그냥 돌아왔다.
브레사노네나 오르티세이에선 버스간격이 1시간, 또는 30분 간격인 데다 늦게까지 버스가 다녀서 안심하고 편하게 돌아다녔는데 여긴 버스가 일찍 끊기니 불안하다. 어쩌다 만난 한국인들은 대개 렌터카를 이용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시간표에 나와있는 버스조차도 안 와서 돌아오는 길에 버스도 안 오고 택시도 없어서 히치하이킹을 해서 겨우 왔다며 불편해서 여기 더 못 있겠다며 일정을 앞당겨 하루라도 빨리 베니스로 가야겠다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나같이 불만이 가득했다.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나 같은 여행자들에겐 불편해서 오래 있고 싶지도 않고, 물가도 비싼 데다, 도심이 아기자기하지도 않고 온통 스포츠용품들을 비롯한 상점과 레스토랑들로 정신없고 산만하다. 그런데도 왜 여기가 이렇게 사람이 많고 붐비는 걸까.. 베니스 공항에서 코르티나 담페초를 연결하는 cortina express 버스 때문에교통이 편해서 그런 것 말고는 별 메리트가 없어 보이는데..
내가 묵은 호텔은 Hotel Alemagna, 부킹닷컴에서 예약.1박 80유로, 조식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