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ciesa to Rifugio Brogles - Furcela de Mesdi - Rifugio Firenze - Col Raiser
오늘 걸을 트래일은 원래는 Resciesa to Rifugio Brogles and Seceda Ridgeline
Resciesa Funicular Mountain Station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레시에사로 올라가서 Resciesa -Rifugio Brogles -Furcela de Mesdi – Seceda Ridgeline –Malga Pieralongia -Col Raiser까지 걸어 곤돌라를 타고 산타 크리스티나 Santa Cristina로 내려오는 16.8킬로, 6시간 15분. 난이도 difficult이라 되어 있다.
하지만 Col Raiser 곤돌라가 5시까지만 운행하기 때문에 혹여라도 길을 헤매기라도 해서 - 혹여가 아니라 분명 헤맬게 확실하다. 게다가 점심시간까지 감안하면 최소 7시간이상을 잡아야 한다 - 시간이 지체될 경우 세체다 능선까지만 갔다가 세체다~오르티세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야 하는데, 오르티세이~ 세체다간 케이블카가 수리도중 인명사고로 운행이 중단된 상태라 다시 Col Raiser로 내려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마지막 케이블카를 놓칠 수도 있어서 세체다에 올라가는 건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엔 Furcela de Mesdi에서 세체다로 올라가지 않고 바로 Col Raiser로 가기로 했다.
Rescias에서 Rifugio Brogles까지 가는 길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평탄한 초원이 계속 펼쳐진다
Rifugio Malga Brogles까지 가는 길은 Val di Funes 쪽으로 가면서 Geisler봉을 바라보며 파노라믹 한
풍경을 즐기며 걷는 평탄한 길이라 느긋하게 경치를 즐기며 걸었다. 한 시간 반 정도 걸어 Rifugio Malga Brogles에 도착하니 리모델링 공사 중. 그냥 지나쳐서 계속 35번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오른쪽 Furcela de Mesdi 쪽으로 들어섰다. 정말 정말 가파른 비탈이 한 시간쯤 이어지면서 정말 몇 분에 한 번씩 서서 숨을 돌려야 할 만큼 가팔랐다. 가다 보니 아까 저 멀리서 바라보던 그 봉우리를 향해 가는 게 아닌가? 설마 저 봉우리 사이 협곡을 넘어가는 건 아니겠지?? 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길엔 아무도 없고, 나 혼자... 한참 후 저 아래 멀리서 올라오고 있는 젊은 커플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맞기는 맞는구나.. 싶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마침 위에서 한 젊은 남자가 내려오길래 길이 어떠냐고 물으니 눈이 안 녹은 부분이 있어서 훈련이 된 사람이 아니라면 길도 헷갈리고 좀 위험할 수 있으니 알아서 결정하라는 조언을 하고는 내려간다.
하지만 이미 그 상태에선 다시 되돌아 내려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겁은 나지만 일단 앞으로 갈 수밖에.. 정말 길이 중간중간 눈에 덮여있는데 스틱으로 깊이를 재보면 그냥 쑤욱 들어간다. 경사는 거의 70도는 되어 보이고, 미끄러지면 그냥 저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질 수밖에 없을 만큼 아찔해 보였다.
조심조심 사력을 다해 올라가는데 거의 마지막 구간에서 발을 디딜 데도 없는 구간이 나왔다. 뒤로 갈 수도 없고 앞엔 발을 딛고 올라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 스틱을 손목에 걸고 작은 돌에 의지해서 겨우 건넜다.
그 후로도 꼭대기까지는 지금 생각해도 한숨이 나올 만큼 힘들었다.
정상에 오르면 내려가는 길은 좀 나을 줄 알았는데 눈으로 덮인 바위 아래로는 길이 안 보인다. 마침 암벽등반을 하고 내려와 쉬고 있던 젊은 커플이 있기에 물었더니 여기서만 내려가면 저 아래서부터는 길이 아주 평탄하고 쉽다며 눈 위로 가지 말고 옆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아까는 내려가는 길이 안 보여 황당하더니, 더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길이 있는데 여기도 눈이 덮여있고, 저 아래까지 엄청난 비탈에 길도 있다가 없다가.. 어찌나 경사가 심하고 험한지 말뚝을 계속 박아놓아 돌이 쏠리지 않게 해 놓았지만 그래도 올라올 때처럼 위험하지는 않아서 조심조심 천천히 내려갈 만했다.
그러고 보니 이 코스는 아무나 오는 데가 아닌가 보다. 난이도가 어렵다고 되어있기에 시간이 길어서 그런 줄 알았지 이렇게 위험하고 험한 코스인 줄이야.. 눈만 다 녹았더라도 그렇게 위험하고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길이 군데군데 눈으로 덮여 더 힘들고 위험했다.
저 험준한 봉우리 아래로는 이런 평평한 분지가 펼쳐진다.
어쨌든 아슬아슬 조심조심 겨우 아래까지 내려오니 분지같이 평탄한 초원이 펼쳐진다. 여기서 Rifugio Firenze까지 30분이라 쓰여있다. 겨우 도착하니 3시가 넘어 주방은 닫았고, 야채수프만 가능하다기에 맥주와 수프로 점심을 때우고 다시 20분을 걸어 Col Raiser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타 크리스티나 Santa Cristina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오르티세이로 돌아왔다.
너무나 긴장한 채 기를 쓰고 올라갔다 내려와 힘들다 보니 허탈감까지 와서 생수와 주스 1리터짜리를 사서 계산도 하기 전에 벌컥벌컥 들이켜고, 젤라토까지 더블로 사 먹고는 숙소로 기어올라왔다.
제발 주제파악 좀 하고 다니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