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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 Oct 04. 2022

파란말

파란 말


1973년 2월 이탈리아 북부 트리에스테 거리에서 산지오바니 정신병원(아래 정신병원)의 환자, 의사, 간호사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퍼레이드 행렬에는 ‘마르코 까발로’라고 부르는 파란 목마가 함께 하고 있었다. 파란 목마는 정신병원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여했던 환자들이 만든 것이었다.


1959년부터 마르코 까발로는 정신병원에서 세탁소까지 환자들의 세탁물을 운반했다. 정신장애인들은 병원에 갇혀 있었는데 마르코까발로는 갇혀있지 않고, 자유롭게 왕래했다.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던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의미했다.


나이가 들어 힘든 일을 하기 어려워진 마르코 까발로를 위해 정신병원 환자들은 정부에 탄원을 내었고, 은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르코 까발로는 더 이상 힘든 일을 하지 않고 휴식할 수 있었다. 당시 정신병원 원장인 프랑코 바살리아의 사촌인 예술가 비토리오 바살리아는 정신 질환자들의 ‘자유와 휴머니티’를 담아 마르코 까발로의 모습을 트로이 목마처럼 만들어 볼 생각이 있었다.


정신병원의 환자와 직원들은 함께 마르코 까발로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색깔은 ‘생의 환희’를 상징하는 스카이블루로 칠했고, 높이는 4미터에 달했다. 정신병원에서 만들어져 수레로 옮길 수 밖에 없었는데 키가 너무 커서 원래 있던 문을 통해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결국 문을 깨부수고 나와야 했는데, 이런 과정 자체가 정신병원의 벽을 허무는 ‘탈원화’, ‘탈시설’의 상징적인 작업이기도 하였다.

이 말은 바살리아 법으로 불리는 1978년 법률 180호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말과 사람들이 함께 해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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