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네집
사람에겐 내 집이 필요하다.
기거할 수 있는 공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내 소유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 집은 내 삶의 터전이 되고 생활의 중심이 된다.
집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경제적으로도 삶의 태도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먼저, 집이 없다면 주거지를 확보하기 위해 월세를 내야 한다. 서울시 원룸 월세를 평균 내면 약 53만 원이 된다. (직방 2020) 2020년 최저임금은 1,795,310원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청년이라면 급여의 약 30%를 월세로 지불해야 한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
또한,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공간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동네가 더러워지거나 사고,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그것을 고치거나 해결하기보다는 방관자로 남게된다. 그리고 빠르게 그 동네를 탈출하길 원한다.
이 동네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니 빨리 벌어서 더 좋은 곳으로 가야지.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내 친구들을 경쟁에서 밀어내서 내가 먼저 빨리 앞서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자체에서는 내 집앞 눈 치우기 운동을 하고 조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조례는 실효성이 없는데 눈이 와도 아무도 나와서 눈을 치우지 않는다. 내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급의 공용물품을 보관해둘 때 서양 쪽은 '내 것이 아니니 아껴씁시다'라고 적어둔다. 우리나라는 '내 것처럼 사용합시다'라고 적어 둔다. 어느쪽이 더 우월한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내 것은 아끼고 내 것이 아니면 아끼지 않는다.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 문화의 사람들에게 내 것이 아닌 것에 관심을 가지라고 할 수 있을까. 2년마다 이사다니기 바쁜데 그 동네에 어디에 뭐가 붙어 있는지는 알기나 할까. 디지털노마드가 대세라고 하지만 청년의 삶은 그냥 노마드다. 이리저리 눈치보며 떠돌아다니기 바쁘다.
정책을 통해 청년들이 안정된 주거를 확보해야 한다. 집을 줄 수 없다면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누군가의 재산권 행사가 너무 과하게 적용된다면 입법을 통해 그것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손 놓고 있을거라면 세렝게티의 삶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청년들 역시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해야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어쩔 수 없다. 우리도 지금 다른 약자들의 삶에 대해 알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