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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 헬로~ 카봇!

#12

by 복지학개론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의 사람들이 해내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영웅을 신봉하고 따르는 자들은 자신이 위기상황에 처하게 되면 언제나 영웅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요청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판타지 요소가 강한 만화나 영화를 보면 영웅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등장하게 되는데, 결국 악당을 물리치고 평화를 지켜낸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 집에서 누구든 악당이 될 수 있고 착한 사람이 될 수 있기에 무엇이 되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고로, 나는 우리 집에서 영웅이 아닌 악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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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악당이야?"



어느덧 7살이 된 갑자기는 스스로 뭔가 하나씩 해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의적이지는 않지만 자기에게 위협(?) 받을 수 있는 명령어 하나면 마치 치트키처럼 우리 눈치를 보며 지시에 따른다.

장난감을 잔뜩 가지고 놀고 정리를 하지 않을 때, 우리는 1차로 정리하라는 부드러운 말로 행동을 유도시킨다.

만일, 1차 지시가 먹히지 않으면 2차로 인상을 살짝 쓰고 딱딱한 말투로 행동을 유도시킨다.

2차 지시까지 불응할 경우, 3차로 갑자기가 무서워하는 바로 그 명령어를 사용하여 행동을 유도시킨다.

"맴매!"

"......"

맴매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 눈치를 보기 시작하며 자신이 가지고 논 장난감을 장난감 바구니에 넣기 시작한다.

평소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길 원하던 터라 통제라는 것을 받는다고 생각되면 분노하던 녀석이었다.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통제를 받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화가 났을 것이다.

우리의 통제 속에 정리가 대충 끝난 뒤 갑자기는 누군가를 찾는다.

"두리번두리번..."

우리는 그런 갑자기의 모습을 보고 큰 놈에게 대피(?)하라는 경고방송을 해준다.

"큰 아들, 빨리 숨어!"

"후다닥~"

달아나는 큰 놈을 보고 갑자기가 소리를 내며 따라간다.

"우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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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숨어야 하지?!"



큰 아들은 갑자기의 전용 샌드백이다.

갑자기가 기분이 나쁘면 무조건 형을 찾고 형에게 화풀이를 한다.

꼬집는 건 다반사고 밀치거나 주먹으로 배를 가격하는 행동들을 한다.

에게 형제란, 무서운 관계라고 알고 있다.

내 친구들 중 형제인 친구들의 성장과정만 봐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맨얼굴로 학교에 등교했던 적이 없었다.

만날 형에게 쥐어 터지거나,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는 친구의 형들을 경계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 집 형제 관계는 힘의 균형이 바뀐 것 같다.

지 동생한테 쥐어 터져도 큰 놈은 방실방실 웃으며 오히려 갑자기를 꼭 안아준다.

그리고 마치 이런 상황을 놀이라고 생각하 듯이 도망 다니고 잡히고 뚜드려 맞고 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그렇지만 부모로서 이런 상황을 그냥 남 몰라할 수는 없다.

분명한 서열 정리를 해줘야 한다.

"너, 일루 와! 누가 형한테 그렇게 해?!"

갑자기에게 훈육을 한다는 명분으로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을 부딪히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입으로는 명령어를 내뱉는다.

"맴매!"

겁을 먹은 건지, 갑자기가 구석으로 숨어 보지만 확실하게 훈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아 가 반복적으로 손바닥을 부딪히며 맴매라는 말 함께 형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준다.

그러면 갑자기는 손으로 눈을 가지고 그런 나를 무서워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한다.

바로 자신이 생각하는 영웅에게 말이다!

아직 부정확한 갑자기의 발음대로 써보겠다.

"헬로~ 카봇, 도와주빼(세)요!"

"뭐라고?"

"헬로~ 카봇, 앙() 돼!"

그래도 살겠다고... 요즘 즐겨보는 어린이 에니매이션의 로봇을 부른다.

"헬로~ 카봇, 이()험해~~~~~"

기가 차서 피식 웃음이 난다.

힘 빠지는 훈육은 항상 이렇게 마무리되곤 한다.

그런 갑자기에게서 뒤돌아 서면 마치 악당과 대적하고 물리친 것처럼 강력한 갑자기만의 명령어가 들려온다.

"헬로~ 카봇, 조심해!"

그날도 난 의도치 않게 악당이 되어 갑자기와 전투를 벌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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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시무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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