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부부가 결혼하고 임신하면 뱃속 태아를 성별로 구분하는 데 있어 생식기 차이로 '고추'를 달고 나온 자식을 아들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경문화 중심의 사회였고, 논에서 밭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힘이 센 아들이 많이 필요했다.
때문에 '남아선호사상'이 자리하게 되었고 아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정받는(?) 문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개인 집안의 풍습이지, 남녀평등사상에 부적절한 인식을 만들어 내고 있는 악습일지도 모른다.
처음 아들로 태어나고 동생이 생기면 '맏이'라는 말을 붙여 '맏아들'이라고 부른다.
맏아들은 순우리 나라말로 가장 먼저 태어난 아들을 뜻하는데 맏아들의 경우, 생각한 거 이상으로 부모의 큰 기대를 받고 알게 모르게 부모가 신경을 쓰게 된다.
뭐랄까... 좀 엉뚱해도 그냥 듬직하고 믿음이 가는 스타일?
갑자기에게 집중된 이야기이지만, 이번에는 나의 맏아들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 미래, 내 기둥!"
나도 우리 아버지 밑으로 장남이다.
맏이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존재라 생각한다.
나의 맏이 큰 아들이 태어날 때, 정말 많이도 울었었다.
2013년 5월 19일에는 비가 한차례 내렸던 날이었고 세상은 봄비에 촉촉이 젖어 있을 때였다.
당시 우리 어머니 집에 머물고 있던(현재도 머물고 있지만...) 조카에게 작은 선물을 사주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다.
집사람과 나는 조카에게 선물할 선물을 고르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몇 층 위로 올라가야 했는데 집사람이 자신의 엉덩이를 만져보더니 축축하단다.
"조심 좀 하지..."
비가 내렸기 때문에 어디선가 빗물에 엉덩이 부분이 젖은 줄로만 알았고 그런 집사람을 타박했었다.
저녁이 되어 내 동생이 집사람 애 잘 낳으라며 삼겹살을 사주었다.
삼겹살을 먹으면 기름기 때문에 애가 숭풍숭풍 잘 나온다는 그 아이만의 속설 때문이었다.
"언니, 이거 먹고 오늘 애가 나오면 어떻게 해요?"
"설마요... 호호호."
"그런데 내 주변에 진짜 막달 돼가지고 삼겹살 먹었는데 애 낳은 사람들 꽤 많던데."
나는 동생의 말에 그냥 피씩 웃어보았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쯤 집사람이 배가 아프단다.
Q1. 출산이 임박했다는 신호인가요?
그때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병원에서 말한 출산예정일이 며칠 남아 있었고 동생의 말처럼 삼겹살 먹었다고 바로 애가 나오지는 않잖아요.
많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저는 당시 아직 애가 나온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Q2. 평소 자녀를 출산하게 된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자와 난자가 서로 수정하면 임신을 하게 되고, 출산까지 열 달이라는 시간이 있잖아요.
물론 이 시기에 많은 준비도 하는데 내가 아빠가 된다는 일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나름 단단하게 준비를 했죠.
하지만 정말 막상 애를 낳게 되는 순간이 되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이 생기게 된다는 것에 익숙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두려움? 아마 두려움과 걱정이 가장 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큰 아이는 집사람의 뱃속에서 쉽게 나오려 하지 않았다.
아마도 엄마 뱃속이 더 편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해서 몇 시간이 흐른 뒤에도 아이가 나올 기미는 없었고, 집사람의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무통주사를 맞으면서도 자연분만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던 집사람이 걱정되었다.
그렇게 진통이 온 지 10시간이 경과되고...
힘들어하는 집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머릿속에서는 나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와 집사람 둘만 있어도 행복한데, 너는 왜 이렇게 늦게 나와서 집사람을 힘들게 하니?
꼭... 굳이 나오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정말 나쁜 생각이었고 못된 생각이었다.

"난 못됐다.. 못됐어..."
Q3. 진통이 상당히 오래 걸렸는데, 제왕절계는 생각을 안 해보셨나요?
진통이 온 지 8시간이 지났을 때쯤, 저도 너무 걱정이 되어서 간호사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혹시 제왕절계를 해야 하는 건 아니냐?
보호자 선택이지만 아직 좀 더 기다려보라고 하더라고요.
자궁이 열리지 않아서 그런 거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하시길래 무턱대고 기다렸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사람에게 제왕절계 이야기를 했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군요.
싫다는 거부라 생각하고 시간과의 싸움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Q4. 그래서 얼마 만에 큰 아이가 출산되었습니까?
거의 12시간이 지났을 때였어요.
사람들에게는 아침 출근시간이었는데, 너무 걱정되고 마음 아파서 새벽에 편의점에서 새로 산 담배 한 갑을 다 태우고 집사람이 누워 있던 병원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죠.
집사람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아무것도 도와줄 수가 없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내가 너무 무능하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아침부터 울고 불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출근을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저를 보며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예요...ㅎㅎㅎ
다시 병원으로 들어섰고, 전날 새벽경에 집사람의 상황을 전달 받으신 장모님이 분만실 앞에 앉아 계셨다.
"이 서방, 힘들지만 좀 기다려보자고."
"예..."
고개를 푹 숙인 채 하염없는 기다림이 계속되었는데, 누군가 나를 찾기 시작했다.
"보호자님."
"네?"
"안으로 들어오실게요."
"헐..."
분만실에 있던 간호사가 나를 부르더니 안으로 들어오란다.
도저히 안 되어 정말 제왕절계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을 거라는 나만의 생각에 진작에 해줬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며 또다시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 했다.
"수술... 수술해야 해요?"
"이쪽으로 오세요."
"크윽..."

"미안해... 힝~ㅠ"
뱃속에 있는 큰 아이가 미웠다.
내 여자를 너무 힘들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큰 아이라는 존재에 대해 너무 밉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분만실에 들어서자 잔잔한 음악이 내 귀를 스쳤고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Q5. 자연분만하셨군요? 어떠셨어요?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요...
그 상황상 정말 미웠던 '큰 아이'였고, 그 순간에는 정말 미안했던 '나'였어요. 집사람에게...
갓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오는데, 와~ 그 순간 정말 미웠던 큰 아이가 궁금해졌고 탯줄을 자르기 위해 집사람과 아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서는 그 발걸음이 설레더군요.
탯줄을 자르고 아이를 보는데, '와르르'라는 말이 있죠?
정말 사랑스럽고 예쁜 내 아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까 미치겠더군요.
너무 감사했어요. 내 새끼♡
큰 아이는 우리의 사랑 속에서 쑥쑥 자랐다.
어느덧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날, 자기 몸집만 한 가방을 둘러매고 운동장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또 한 번 울컥했다.
"아들, 여기가 학교라는 곳이야."
"나 이제 초등학생이야."
"맞아, 넌 이제 초등학생이고 아주 멋진 남자가 되었어."

"죽어라 공부만 하면 돼~"
큰 아들의 입학식에 참석하여 앞으로 겪어야 할 많은 일들에 대해 아주 짧게 조언해주며 큰 아들을 응원해주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나름 인기가 있었던 녀석이었지만, 소극적인 성격 탓에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초등학교에서 잘 버텨내고 이겨낼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런 나에게 큰 아들이 해준 말은 나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나 학교생활 잘할게. 걱정하지 마!"
"녀석..."
Q6. 아빠에게 맏아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음... '곧 나'라는 생각이 들고요, 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 1호?
간혹 제가 힘든 일이 있거나 걱정이 있을 때, 말하지 않아도 뭔가를 느끼나 봐요.
그럼 저에게 안기고 애교도 부리고 괜스레 힘내라는 듯한 응원을 해줘요.
제가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하는 데, 만약 나중에 아빠가 벽에 똥칠을 할지라도 절대 요양원에 보내지 말라고.
아빠는 죽어서도 우리 아들 옆에 있을 거라고.
그만 큼 큰 아들은 저에게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이죠.
Q7. 방금 요양원에 보내지 말라는 말을 아내분도 동의하시나요?
제가 큰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이를 듣고 있던 집사람이 저에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아이에게 괜히 부담 주어서 더 큰 일을 하지 못하게 하지 말라고.
큰 아들 발목 잡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그래도 또 해요.
그러면 집사람은 절 죽이려고...ㅋㅋㅋ

"부담주지 말라고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