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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미니 빔 May 25. 2018

책이 나보다 먼저 감성 폭발했다. 1

책 리뷰 < 시도 재미있다 시리즈  >오월의 마술 - M. 와츠-

 

 

 .

오늘의 기분은 달팽이 같다!!!!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다. 창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학교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달력을 보니 5월 1일이다. 곧 초여름이라더니 오늘의 체감온도는 15도 쌀쌀하다. 날씨가 미쳤나 보다. 빗물에 젖은 신발은 축축하고 얼굴은 미스트를 뿌린 것처럼 촉촉하다. 이게 뭐람 축축과 촉촉의 컬래버레이션 달팽이가 된 기분이다.




- 배란다에서 바라본 오늘의 날씨 -


  오늘 외출하기는 망했다. 집에서 책이나 읽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이  뽀송뽀송해져서 달팽이스럽던 기분이 나아졌다. 베란다에 나가서 창밖을 보니 하늘이 잿빛이다. 우리 집은 산 근처라 유난히 춥다. 서울로 이사 가야지... 추워서 따뜻한 커피를 내리며 생각에 잠겼다. 벌써 2018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시간은 빠르게만 흘러가는데 나만 제자리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초조하다. 초조하다 느끼니 우울해지고 기분만 다운되는 거 같아서 허세를 부려봤다. 방금 내린 커피에 시집, 주황색 화분을 책상에 올려놨다. (평소에는 그냥 드러누워서 책을 읽지만 여유로운 척해보고 싶었다. 연출 맞다.)



오늘의 허세 -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한편의 시


  

  민희의 책방에서 첫 번째로 소개할 책은 2008년 발간한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한 편의 시"라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살 때는 제목에 혹해서 샀다. '내 인생 풍요롭게 만들어보자'라는 취지로 샀던 책이고 힘들 때 읽으면 위로가 되는 책이라 내 책방에 방문한 여러분에게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었다.



   소설과 수필은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한편씩 읽을 수 없지만 시는 다르다. 짧고 강하며 원하는 부분을 골라서 읽을 수 있다. 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에는 소설보다는 시가 어울린다. 빗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생각에 잠기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계의 명시를 모아 엮은 것이다. 365개의 시로 구성되어 있고 날짜별로 시를 추천해주고 있다. 세계 명시라니 이거 읽고 나면 시 아는 척좀 해도 될 것 같다.



 첫 장을 펴면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진 않나요? 시는 나무 의자 같은 거예요, 사색과 성찰의 기회를 주는 하루에 한편, 주옥같은 세계의 명시를 읽는다는 것은 당신의 삶에 밝고 향기로운 등불을 다는 일과 같아요. 한 권의 시집, 한 권의 행복을...." 이라며 책이 말을 걸어온다. 책이 나보다 먼저 감성이 폭발해 버렸다. 부담스럽다. 초면인데 친근한척하는 책을 보니 낯을 가리며 다시 덮고 싶어 진다.

 향기로운 등불은 모르겠으나 읽어 보니 위로는 해준다. 센티한 기분을 느낄 때 한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365개의 시를 다 읽어 보라고 추천하지는 않는다. 추천할 시는 5월 2일에 있는 < 오월의 마술 >이라는 시다.




 사진이 안보이는 분은 왼쪽을 읽어 보길 추천한다.

 < 오월의 마술 >

- m 와츠-


작은 씨 하나

나는 뿌렸죠.


흙을 조금

씨가 자라게

조그만 구멍

토닥토닥


잘 자라라고 기도하면

그만이에요.


햇빛을 조금

소나기 조금

세월이 조금

그러고 나면 꽃이 피지요.




  

 # 이 시를  추천하는 이유는 세 가지!  

 첫째 오월이다. 계절에 맞는 시다. 제목부터 "지금이야 나를 읽어줘"라는 분위기를 솔솔 풍긴다. 이왕 책을 펼친 김에 읽어주자.  둘째, 시가 참 귀엽고 소소하다. 작은 씨 하나를 뿌리고 흙은 조금 올려 조그만 구멍을 토닥토닥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평화롭고 싱그럽다. 셋째 앞서 말한 오늘의 내 기분과 같은 기분을 위로해준다. 2018년의 반이 지나갔지만 내가 이룬 것은 없다고 느낄 때, 혼자 뒤처지는 것 같아 초조 해질 때, 시를 읽고 나면 생각한다. 




  "나도 분명 작은 씨앗을 뿌렸을 것이다"라고. 단지 너무 작고 느리게 성장해서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시에는 작은 씨앗에 대한 믿음이 있다. 심지어 쿨하기까지 한다. "잘 자라라고 기도하면 그만이다. 뭐 햇빛 조금, 소나기 조금, 세월이 조금 있으면 결국 꽃을 피울 것이다" 마치 우리의 삶 같다. 지금 조금 어둡고 길을 잃은 것 같아도 뭐 어떤가? 고민한다고 갑자기 번쩍 길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작은 노력들은 결실을 맺을 것이다. 내가 이 시를 읽고 마음의 여유를 찾은 것처럼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도 마음의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작성했던 글이다. 5월 1일 무려 24일이나 지나 올릴 수 있게 된 글..

작가가 되기는 힘들었고 거의 한 달이 될 무렵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다. 나만 간직했던 글을 공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기분이다. 지금 보니 너무 부족한 글이지만 발행도 해보지 못한 채 삭제하는 것은 아쉬워서 올리게 되었다. 근데 나의 서랍 속에는 이런 글이 쌓여 있다는 점...ㅎㅎ글솜씨는 부족하지만 계속 발행할 것 같다. 부족하다 느끼더라도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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