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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지음 Nov 24. 2020

겨울나무


갖가지 초록잎이 무성한, 자연스레 흔들리는 나무들 사이에 있는 것도 참 좋아하지만, 삼계절 내내 달고 있던 묵은 나뭇잎들을 훌훌 털어낸 겨울나무 곁도 참 좋다. 앙상한 가지가 아닌 본래의 모습을, 봄이 오면 또다시 움틀 생명들을 가득 품은 이로운 힘이 가득한 원천이다.


수개월 동안 계절을 뿜어내던 제 일을 멈추고 여백을 둔 빈 가지를 보면 ‘이제야 쉬는구나’ 안심한다. 겨울에 숨을 길고 깊게 내쉬면 찬 기운이 내 몸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는데 나무도 꼭 그럴 거 같다. 사이사이 겨울이 드나들도록 두며 환기하는 시간. 지혜로운 나무는, 자연은 쉬는 것도 마냥 쉬지 않는다.


며칠 전부터 바람이 겨울을 품었다. 해가 있어도 겨울이 실컷 내색한다.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진정 겨울이 된 거 같아 반갑다. 안 그래도 이로운 계절인데 그 안에 나무는 보다 더 이롭게 존재한다.


역시, 내가 겨울 생이라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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