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어떻든 간에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 간다. 무심하고 다정하게
오늘 아침에 시간이 조금 생겨 책을 읽었다. 거실 창문을 열고 블라인드를 적당히 여니, 그 틈새로 볕과 바람이 사이좋게 드나들었다. 아침 공기엔 깨어난지 얼마 안 된 상쾌함이 여전했다. 무향임에도 꼭 ‘아침 바람’ 향이 있는 것처럼 마음에 드는 냄새라고 생각했다. 평소 숨이 자주 가빠져 성가신데 오늘 아침은 꽤 규칙적으로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초가을이 약간의 안도감을 주는지, 콧속과 피부가 바짝 건조해져도 좋아하게 된다. 점점 추워질수록 아침이 좋다.
나는 이월 겨울생. 귤 까먹는 계절이 다가와 즐겁다.
글. 사진 강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