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관계

변화

그 힘은 어디서 오는가

by 하민혜


변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바위처럼 굳건하고 단단한 안정감을 보이고, 뭔가 바꿔보려는 사람은 바위를 내려치는 계란의 신세가 된다.
정혜윤<아무튼메모>


지칠 줄 모르는 가려움과 질척이는 진흙인 양 짓이겨지는 진물들은 마치 나의 존재를 드러내는 듯했다. 억척스럽게 발리는 온갖 약초들의 고약한 냄새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나를 보는 엄마의 시선이었다. 나의 아픔은 가여운 엄마를 괴롭힌다. 저주받은 몸, 나는 내가 태어나지 말었어야 할 괴물처럼 느껴졌다.

하루는 밤샌 가려움에 이불속에 웅크린 채 깊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곳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고통은 거기 있었지만, 나는 그곳에 없었다. 그저 그를 바라보며 가슴에서 귀로 귀에서 입으로, 선명하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날 좀 아픈 채로 내버려 둬. 나를 사랑해 줘." 끈적하게 발린 연고를 비집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리는 문제를 문제로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있는 상대를 '바꾸는'것이 최선이라고요. 때로는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상대로 인해 고통을 받기도 합니다. 바라는 것은 문제가 있는 나를 없애는 일 말고,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고 관심 가져주는 일입니다.




얼마나 아픈지, 괴로운지 그 고통을 함께 느껴주는 일만큼의 사랑은 없습니다. 그만으로도 스스로 문제를 바로 볼 힘과 살아갈 용기가 생기니까요. 결국 변화는 그 누구가 해줄 수 없는,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자기 자신 역시 어쩌질 못하는 우리가 타인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으로 서로가 두려움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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