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로서의 사랑
그대, 거대한 천체여! 그대에게 그대가 비추어 줄 것이 없다면 그대의 행복은 어떻게 될까?
프리드리히 니체/황문수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처음 엄마가 된 지 이제 막 3년이 넘었을 때 일이다. 아기가 신발을 신겠다고 구부정하게 앉아 버둥거리며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다. 손길이 서툴러 잘 되지 않는 게 당연했다. 나는 그 앞에 앉아 아기의 발을 잡고 가볍게 신발에 넣어 주었다. 아기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칭얼대기 시작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수분이 흘렀고 불현듯 그런 나를 일갈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존재를 향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어지면 넘어진 대로 그를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주보다도 큰 사랑을 품는다 해서 대신할 수 있는 고통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처음 그 느낌을 만났을 때 무척 가슴이 아팠다. 사랑이 이렇게나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고난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아이의 생에 괴로움과 고통을 밀어버리고 싶은 마음, 그러나 그를 놓는 것이 아이가 원하는 일임을 알았다. 나는 아이를 비추는 거울이면서 각자의 궤도를 돌며 거대한 천체로서 존재한다. 나는 나로서, 그리고 그는 그로서 존재할 때 우리는 서로를 비추고 거짓 없는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