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

여행의 신비

by 하민혜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삶이 우리를 우회로로 데려가고, 그 우회로가 뜻밖의 선물과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안겨 준다. 먼 길을 돌아 '곧바로' 목적지로 가는 것, 그것이 여행의 신비이고 삶의 이야기이다. 방황하지 않고 직선으로 가는 길은 과정의 즐거움과 이야기를 놓친다. 많은 길을 돌고 때로는 불필요하게 우회하지만, 그 길이야말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헤매는 것 같아 보여도 목적지에 도달해서 보면 그 길이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이다."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84p





이따금 나는 나를 정의했고, 세상도 그러리라 믿었다. 그마만큼 나를 괴롭히는 일은 없었다. 고작 이만큼의 사람이라는 것, 가지지 못한 사람, 실패한 사람이라고 결론짓고 필연적으로 일어난 일에 대해조차 여유와 지혜를 품지 못했다. 세상을 알고 싶었지만 실제는 나를 알고 싶었다. 늘 헤매는 것만 같은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옳은지 그른지를 누군가 일러주길 바랐다. 걷다가 넘어져 일어나 다른 길에 들어설 때에도, 그런 나를 호되게 꾸짖고 다시 원래의 길로 돌아가라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고. 내가 세상에 난 이유가 특정한 목적지인 줄만 알고 불안에 떨며 걸음을 내디뎌야 했다. 더 시원하고 빠르게 그곳에 당도하기만을, 그러지 못하는 나를 미워하고 자위하며 타이르곤 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에 경악하고 때로는 기뻐했다. 의지와 무관하게도 자꾸 넘어지거나 샛길에 들어섰을 때 뜬금없는 즐거움을 만나기도 했다.

실은 누군가 나를 조종해, 온 삶을 걷는 내 지루한 꽃길만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수 있었다. 헤매는 길 위에서 내딛는 걸음에 집중하는 방법, 넘어졌을 때에도 바닥을 구르는 돌을 바라볼 여유, 돌아가듯 한 그 길에 멈춰 서 보드라운 바람결을 즐기는 방법을 배웠다. 나이 듦은 가늘고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안으로 풍성해지는 일로 알기로 했다. 빠르면 빠른 대로, 그렇지 못한 때면 그렇지 못한 대로 오만을 벗고 가볍게 걸음을 내딛기로 한다.




"천천히 삶을 즐기라. 너무 빨리 달리면 경치만 놓치는 것이 아니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하는 의식까지 놓치게 된다."
-에디 캔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은유 <쓰기의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