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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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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Feb 11. 2024

그대는 둘이어라. 셋인가?

아침 편지

좋은 아침이에요. 명절이라고 신나거나 우울해 밤이 길었을까, 궁금하고요. 속에 얹히는 분이 많으신 알아요. 부대끼는 속말인지, 음식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요.


어제 편지에는 '시작'을 이야기했어요. ^^ 댓글엔 스스로 매번 '같은' 생각을 하는 게 문제라고 말한 분이 있어요. 사람이 변하면 죽을 때가 된 거라는 말이 있죠. 바꾸기 어려운 건 용모가 아니에요. 한 사람의 태도, 그러니까 나의 뿌리 깊은 생각을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메이크업은 비교적 쉽다지만 피부결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것과 같아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죠.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너먼'은 인간에게 '경험 자아'와 '기억 자아'가 있음을 밝혔는데요.


쉽게 말해 아침 편지를 읽고 있는 그대가 실상 둘이라는 겁니다. '나'는 노상 하나였던 듯싶고, 지금도 하나의 주체로서 존재하는 것만 같지요.


우리는 모든 것을 경험하지만 경험할 수 없어요. 며칠 전 편지에 적은 대로, 일화(episodic) 기억을 만들고 저장합니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자아가 있고, 악마의 편집을 통해 스토리를 만드는 기억 자아가 있어요.


내가 '나'를 바꾼다고 할 때 바뀌는 나는 '기억 자아'인 셈입니다. 악마의 편집을 일삼는 요 녀석이요. 태도란 세상과 타인을 검열하고 판단하는 틀이에요. 프레임은 나 자신에게도 적용되죠. 탈탈 털리고 깨지면 깰 수 있을 텐데요. 신념은 나와 세상을 지키기 위한 보루로, 최전선을 지키는 모양입니다. 뿌리 깊은 생각이 흔들릴 때 우린 무척 불안해해요. 자기 자신이 무너진다고 여깁니다. 완전한 착각이지만요.



매일이 화창할 수 없어요. 비가 내리기도 하고 바람이 불기도 해요. 때로는 폭풍이 휘몰아칠 거예요. 언짢고 불편할 때 나는 흔들립니다. 아프고 힘든데 반해 환영하는 마음이에요. 기억 자아를 돌아볼 기회니까요.



자동 반응하는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는 겁니다. 평화롭고 한가로우면 우리는 나를 돌아보지 않죠.



자서전을 읽어 보면 노상 대반전이 일어나는 건 어쭙잖은 통계가 아니에요. 그마만한 외부 충격이 아니고야 '나'를 버리기 어렵고, 버리지 않으니 근본적인 변화가 더딜 수밖에요.



나의 삶을 의심하고 질문하는 마음이면 잘하고 계신 겁니다. 불편하고 불안하다면 더더욱 좋아요. 삶은 무심하게 쥐고 있는 몸 마음을 흔들어요.



새벽 명상하고 나를 살폈어요. "아프냐? 나도 아프다.."ㅎㅎ 드라마 한 장면 맞죠? 차 한 잔 해요 우리.


창에 희미하게 밝아 오는 빛이 아름답네요.

그대를 꼭 닮았어요. 아름다운 오늘 만끽하시기를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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