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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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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Feb 13. 2024

연극이 끝나고 난뒤

새날 시작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긴 연휴가 지나고 새벽에 몸과 마음을 살폈어요. 상황이 이만저만하여 잠이 모자랍니다. 저라면 출근이 없는 날이라 괜찮아요. 다른 분이면 이런 때에 무엇보다 수면 시간을 늘리라고 말씀드릴 것 같고요.


어떻든 잠이 적은 요즘에 새벽 요가는 살살하려는데요. 오늘 매트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더니 허리며, 어깨며 중얼대는 소리가 들리대요. 귀를 기울이다 '수리야마 나마스카라'를 반복했어요. 아쉬탕가 요가예요.


그대가 있어 다행이고, 새벽이 있어 충분해요. 요가가 있고, 글로 하루를 여는 게 감사하고요.


딸이 아파요. 살다 보면 어른이 그렇고 아이도 마찬가진데요. 삶이 아픔인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일상이 삐거덕거리고 일그러지는 얼굴 옆이면 점점 무기력해지기 쉬워요. 이미 내게 있는 불안과 죄책감을 만나는 시기예요.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책 제목처럼, 아픈 아이나 저 역시 그렇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대화를 나눠요. 어제는 아이 이마를 만지며 우리의 처음을 이야기했어요.


"너는 울기밖에 더하는 게 없고, 나한테 해주는 게 없는데, 나는 그냥 네가 있어 너무나 행복한 거야. 그때 알았어. 받을 걸 기대하지 않는 사랑, 받는 것 없이 주는 사랑을 할 때의 행복을."


아이는 흐린 눈으로 말하는 제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어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요.


"쵸코랑 루나가 서연이한테 해주는 건 없지. 그렇지만 서연이는 냥이들을 사랑하잖아. 그때 느끼는 마음이 어때?"


아이도 알아요. 우리도 알지요. 기대하지 않는 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 말입니다. 당연한 것은 없어요. 오늘 아침을 맞이한 일에 감사를 느낄 수 있다면. 삶에 바라고 기대하는 게 없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나는 기버인가요. 테이커인가요? 마음에 우러나온 기버는 더 많은 것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그 자신이 이미 행복한 사람이니까요. 몸 마음 잘 챙기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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