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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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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Feb 27. 2024

반가운 봄날 화요일

아침편

좋은 아침입니다.


2월의 끝이면 아득했던 겨울 방학도 다 가려는 모양입니다. 학용품에 방학 숙제를 챙기는 아이들이 새삼스러워요. 언제 지났는가, 싶은 거죠.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지듯 시간은 쉬지 않고 흐릅니다. 다가올 봄날이 반갑네요. 


새벽은 요가하고 명상했어요. 비밀은 아닌데요. 근래 커다란 상실 앞이라 문득 의욕이 없어요. 아련하고 슬픈 느낌이 깔려있어요. 가만 느껴주고 보낼 때면 해방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긍정이든 부정이든 변화 앞에 저항하려는 마음을 살피는 중이에요. 그대는 이 아침 어떤 마음이실까, 궁금하네요.


어제 아이들과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어요. 걸려온 전화를 블루투스로 받았고요. 


"아니, 내가 할 말이 없네."


앞뒤 자른 말로 시작한 이야기로는 제가 그간 몇 번의 전화를 받지 않은 일에 서운하고 황당하단 거였어요. 


"하소장이 나랑 인연을 끊으려나, 했지. 근데 나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저를 '하소장'이라 부르다니 예상하실 테죠. 영업 회사 다닐 적에 알은 분입니다. 아이들은 차 뒷좌석에 앉아 연신 눈살을 찌푸렸어요. 겨우 전화를 끊고 아이들이 한 마디씩 볼멘소리를 했는데요.


함부로 말해서만은 아니에요. 말의 뉘앙스가 불편했던 거죠. 잣대가 많은 분이라 삿대질도 잦아요. 주변과 다투기도 서슴지 않으시고요. 올곧게(?) 굴은 덕인지 돈이 많으십니다.


어쩌면 편견 없이 이야길 들어줄 사람, 불평과 불만을 이해해 줄 사람, 불안과 무기력을 공감해 줄 사람, 그간의 삶이 옳다고 인정해 줄 사람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저도 그래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면 이 마음을 세세하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요? 우리는 왜 자기감정을 타인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려 하는 걸까요?


"you should go and love yourself" 좋아하는 노래 가사입니다. 내가 삼키지 못한 감정이면 그 누구도 이 마음에 공감할 수 없어요. 내가 인정받고 싶은 건 정말은 나 자신에게 섭니다. 결국 자기감정을 대하는 태도로 남을 대할 테고요. 타인 역시 내 감정에 대고 꼭 그만큼의 공감과 이해를 비출 겁니다.


우리 마음은 거울과 같아서, 닦지 않으면 먼지로 뒤덮이고 말아요. 그의 마음에 빨간 먼지가 더덕더덕 붙어 있다면 온 세상이 붉게 보일 테죠. 


산너머 노오랗게 여명이 비춥니다. 그대의 오늘을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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