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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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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r 03. 2024

삼삼한 아침 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새벽 눈을 떴는데 3신가, 싶은 겁니다. 더 자야 할 것 같은 기분인데 시곗바늘이 5시가 가깝네요. 전날 파자마 파티 후유증이 감돌지만..ㅎㅎ 기분 좋게 몸을 일으켰어요.


요가 매트에 걸터앉아 몸이 말랑해질 때까지 살살 굴려줍니다. 오늘을 살게 하는 몸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오만 잡다한 생각이 떠오는 머릿속에다 숨 한 번 불어넣어 주고요. 아래로 고요하게, 가볍습니다.


명상이 끝나고는 차 한잔 준비했어요. 입에 고구마 물고 책상 앞에 다이어리를 펼쳤는데요. 3월 일정을 채우고 세세히 하루 일과표를 끄적였어요. 끝이 보이지 않던 겨울 방학이 막을 내리다니요. 언제 또 아이들과 내내 붙어 있을까 여겼는데요. 개학 날 앞에 도무지 신나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네요. 


그건 그거대로, 이건 이거대로 맛이 달라서예요. 같은 맛에 물려서죠. 지난 두 달 동안 아이들과 더 많이 가까워진 시간이에요. 돌아보면 벌써 아련하고 애틋합니다.


잠들기 전이었어요. 둘째는 양치질을 좋아하지 않아요. 


"윤우가 이제 3학년 되니까, 가만 보자.. 자기 전 양치질만 세봐도 3천 번을 넘게 했네?"


 "엥?" 쿡쿡 거리며 웃네요.


"3천 번이 넘도록 변함없이 버팅기다니 대단하다 윤우!"


계속해 웃는데 여전히 양치질은 소원합니다. 고 녀석 참,


"윤우가 양치할 때마다 몸을 꼬고 도망가고 미루거나 하면, 윤우 뇌는 '아, 이거 진짜 나쁜 거구나!' 한다? 만일 하기 싫은데도 해야 하는 일이면, '야호! 얼른 해야지!' 하면서 얼른 칫솔을 입에 넣어버리는 거야. 그럼 뇌가 점점 속아가지고 지금처럼 싫은 기분이 사라져. '어?! 이거 좋은 일이구나!' 한다니까?"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어느새 스스로에게 칫솔질을 허락하네요. 윤우는 양치하기 싫은 기분을 만나고 싶지 않은 거지, 양치하는 게 괴로운 건 아니에요.


사람을 미워하는 나의 마음이 싫은 거지, 그 사람이 미워서 힘든 게 아니랍니다.


중심을 내게 두세요. 바꿔야 할 것은 양치질이 아니라 나의 태도입니다. 상황을 바꾸려는 이유는 상황 앞에 만난 나의 마음 때문입니다.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삼키지 못해서예요.


점심엔 광화문에 있을 거예요. 심심하면 놀러 와요. 편안한 일요일 보내시고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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