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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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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08. 2024

내 손안의 운명

아침편지

좋은 아침이에요. 7월이 시작한 게 역력하지요. 깨어보니 금세 아침입니다. 오늘 새벽이라면 정신이 또렷해서요. 네시즘 동그랗게 매트에 앉았어요. 명상하고 보니 금세 시간이 흘러서요. 책상에 앉아 합본한 원고를 매만졌어요. 넣고 끼우며 고치는 것이 정비소 일과 다름없습니다.


기술을 배운 게 없어요. 평생을 먹고 산다는 그거 말입니다. 자격증 하나 없는 사람이 접니다. 그간 뭐 먹고살았나 보면은 내내 팔아왔어요. 옷도 팔고 음식도 팔고 술도 팔고요. 떳떳한 기술 하나 없으니 그렇게라도 먹고살아야지 않겠어요.


소띠라 그런가. 우직하게 해 나가길 잘해요. 기본을 지키는 건 자신 있어요. 시계 뻐꾸기 울리듯 일하는 사무직은 도통 내키지 않지만요. 그럭저럭 무슨 일에든 재능이 있는 듯 보입니다. 실은 그래 보이는 것뿐이에요.


"어떻게 그리 잘하니."(어찌 그리 꾸준하니.) 요리든, 장사든, 영업에든 선방해 왔어요. 타인의 입을 빌려왔지만 통장에 찍히는 돈이 그걸 말해줬지요. 잘한 거라곤 기본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일이었어요.


영업하는 사람을 면담하거나 관리할 때에, 옆에 스러지는 라멘집 사장님을 보며 알은 게 하나 있어요. 많은 사람이 '기본'을 놓치면서 다른 원인을 찾고 나열한다는 겁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매일 쓰는 것 이상의 방법 말고는 없는 것과 같아요. 갈아 넣는 건 그 일 자체여야 하는데. 엉뚱한 노력과 애씀이 많아요. 부족한 사람은 없어요. 맞지 않는 일이란 것도 핑계입니다. 하기 싫을 뿐이지, 기본에 투자하면 누구나 어느 만큼은 할 수 있다고 봐요. 물론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대성공은 어렵지만요.


만일 당장 때려치울 게 아니라면, 지금 하는 일에서 성취의 기쁨은 누려야 하지 않을까요. 설사 내가 바라는 일이 아니라도 하루 전반이 달려 있다면요. 기왕 시간을 쓰고 있잖아요. 시간은 내 목숨이고요.


죽을힘을 다해 살자는 거 아니에요. 다른 요령을 찾거나 일이 어려운 이유를 뒤적거리는 에너지를 '기본'에 투자하자고 말하는 겁니다. 특히 머리에서 떠드는 생각에 주의집중하면 힘을 많이 뺏길 수 있어서요.


이따금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들어요. 감정이 무뎌 보인다는 이야기도요. 정말은 소란스러워요. 감정도 춤을 춥니다. 울다 웃다 하지만요. 부여잡고 움키지 않을 뿐이에요. 어떤 일 앞에도 숨 쉬는 법을 잊지 않는 것과 같아요. 갓난아기도 숨을 쉬잖아요. 그러니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괜히 쥐려고만 않는다면요.


그대 운명은 그대 손안에 있지요. 활짝 열어 무한한 가능성을 마주하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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