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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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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Sep 03. 2024

그대 몸은 삶의 전부

아침편지

굿모닝! 좋은 아침이에요. 건빵 먹고 있어요. 퍽퍽하고 순한데 왜 좋을까요. 가끔 찾아요.


수분이라곤 죄다 멸망한 맛이에요. 입안에 넣고 조물 거리면 조금씩 삼켜집니다. 베이글도 좋아해요. 역시 이 몸은 심심한 맛을 선호하는 것 같네요.


어제 남의 사무실에서 꿔다 놓은 보따리처럼 앉아 있는데요.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 주섬주섬 코스모스 책을 꺼냈어요.ㅋㅋ 벽돌책이지만 들고 다녔네요. 아, 당연히 구석에 혼자 있었습니다.


무릎에 올려놓고 읽는데 30분 즘 넘었나요. 목이 뻐근해요. 슬쩍 다리를 올려 봅니다. 그러자마자 벌컥 문이 열리대요. 나참, 


일 이야기를 나누다 끝에 운동 이야기로 넘어갔어요. 축구 선수 출신이셔서 몸이 크세요. 저야 남자는 아니지만 큰 몸이 부럽습니다. 근육이 늘어도 몸이 커지진 않더라고요.


속근육이랄까요. 치밀하게 깔린 복선처럼 이 몸도 그래요. 근육량이 35kg가 넘는 거면 웬만한 남자보다 많은데도 겉에 드러나지 않아요.


어려서 수학을 싫어했다가 스무 살 넘어서야 수학의 재미를 알았는데요. 다른 과목과 다르게 공부하는 족족 점수가 나오더라고요. 근육이 그래요. 하는 만큼 늘어서요. 운동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예요.


생각해 보면 하는 만큼 늘지 않는 게 많아요. 계단식이니 어쩌니 위로하는데요. 발 디딛는 편평한 부분이 왜 이리 긴 건가요. 도무지 성과가 잡히지 않을 때가 있어요. 


운동은 달라요. 한 달만 지나도 몸이 변해요. 숙면하니 피부가 좋아지고, 밥맛이 좋아요. 피로가 줄고 몸이 단단해지는 걸 느끼고요.


노력하고 성과내고. 그게 인생 게임 룰이에요. 10시간을 했다면 10시간만큼의 효과를 내는 것이 운동이고요. 오래 살자는 거 아니에요. 사는 동안 허리 펴고 살자는 겁니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이 무너지는 것은 필연이에요. 반대로 마음이 파사삭 하면 몸도 따라가요. 살면 살수록 몸 마음이 별개가 아님을 느껴요.


이 몸, 그리고 이 마음 하나 운용하기를 늘 우선에 두셔야 해요. 삶은 체험의 연속입니다. 아쉽지만 언젠가 끝이 있을 텐데 그게 내일일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언제 까지든 이 삶을 맛보려면 먼저 살맛이 나야지요. 돈이 없는 체험이든 사람이 머물거나 떠나는 체험이든. 그 모든 삶을 생생하게 바라보려면 내가 단단해야 해요.


하루를 살더라도 질질 끌고 가는 10년보다 나을지도 몰라요. 산책이나 계단 오르기도 좋아요. 24년 남은 넉 달, 몸에 대한 계획도 세워볼까요? 제가 참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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