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이에요. 캄캄한 새벽을 가르고 앉아 편지를 써요.
남은 넉 달 목표를 인스타에 공개했는데요. 사람 심리에 '평판'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해요. 그런 이유로 목표나 계획을 공표하는 게 효과가 있다는 거지요. 저라면 은근히 물러터졌어요. 평판을 잃거나 말거나 할지 몰라요.
17살 때 일이에요. 친구랑 광화문 교보문고를 가기로 했어요.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요.
전날 종일 기분이 좋았어요. 소풍 가기 전날처럼 잠이 오지 않았지요.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나갈 채비를 하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어떤 이유였는지 생각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갑자기 광화문엘 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는 거예요.
전화야 차분히 끊어놓고 괜히 분이 나더라고요. 낯선 사람은 물론 낯선 길에 대한 두려움이 클 때예요. 분노가 사람을 움직이지요. 혼자 길에 나섰습니다.
버스를 타고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다시 설렘이 일어요. 혼자라도 약속을 지킨 나 자신이 좋아집니다. 기분 좋았던 그날 '나는 늘 약속을 지킬 거야.'라고 다짐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 뒤로 아마 수없이 약속을 뒤틀고 깨며 살았을 거예요. 하나 알게 된 것은, 계획이 무너지라고 있는 것처럼 약속도 그렇다는 거고요. 그럼에도 노력하는 쪽이 마음 편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점점 약속을 믿지 않는 마음도 커지긴 해서요. 웬만하면 약속하거나 약속받지 않으려고 해요. 강요로 될 것 같으면 뭐든지 이뤘게요. 남이 아니라 나부터가 그래요. 오늘과 내일은 또 다를 수 있잖아요.
잘 살아가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현재 성과를 도마에 올리기 쉽지요. 그냥 마음 하나 보면 됩니다. 내 마음이 오늘, 지금 편안한가 그렇지 않은가를요. 계획대로 노력하고 약속을 지키려 할 때 편안한 건 사실이에요. 다만 꼬꾸라져도 탓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더 좋은 일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늘 '나'를 중심에 두고 살피면 좋겠어요. 어떤 말이나 행동 앞에 내가 '편안한가, 편안하지 않은가.'를 염두에 두는 식입니다. 만일 행동과 말 앞에 불편하다면 재고하세요.
서두르지 마시고 오늘, 지금을 살아가시길. 늘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