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금요일 아침입니다. 잘 잤나요? 새벽은 목, 어깨가 뻐근해 오래 풀어줬어요. 명상하고 원고를 살폈고요.
들쑥날쑥한 한 주였네요. 편지 쓰려다 말고 좋아하는 책을 꺼내 읽었어요. 김주환 <내면소통>인데요. 외부에서 일어난 일에 휘둘릴 필요가 없는 이유, 용서와 자기 연민 그리고 회복 탄력성에 대한 파트를 읽었어요.
특정 상황에서 어찌 그리 차분하냐, 묻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올라요. 등에 칼이 꽂힌 채로 바보처럼 웃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칼을 뽑고 등을 치료했던 거죠. 웃지도 울지도 않았어요.
지난 달인가요. '글로 읽다' 모임에서 김성근 <인생은 순간이다>를 읽었지요. 감독님 자신이 남의 위로를 믿지 않는다, 기댈 필요 없다고 뚝 잘라내시던 글이 있었어요. 그 지점에서 정체 모를 감정이 일었지요. 안타깝기도 하고 먹먹한 것이, 생각해 보면 제가 그랬더라고요.
잘 털어놓는 편이신가요? 누군가가 '아프겠다', '힘들겠다', 말하는 데엔 진심이 없다는 감독님의 말에 100% 공감하진 않지만요. 내 아픔은 나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나 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일과 관계를 망치고 나 자신을 힘들게 만들더라고요.
그렇다고 뚝, 다 필요 없다 말하는 건 좀 아프지요. 매일 우는 소리면 곤란하긴 해도요. 제 어깨는 여기 내어놓을게요. 바람 없이 편히 기대다 가시면 좋겠어요.
어젠 수영장에 갔다가 사무실에 갔어요. 돈 벌자고 움직이려니 고단해요. 다가온 상황이 물싸대기라도 달게 맞겠다는 마음을 내봅니다. 어디까지나 자처한 일들 뿐이에요.
수영 실력은 0.5 레벨정도 올랐을 걸요.ㅎㅎ 입술은 파랗게 질리지만 재밌어요. 뭘 하나 얻을 때 온통 기쁨만 있을 순 없다고 해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크나큰 기쁨인 만큼 고통이 따르는 것처럼요. 단순히 말을 안 듣는다는 게 아니에요. 아이가 아프거나 다칠 때,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얻은 기쁨 이상 고통스럽기 때문이에요.
일이 많고 생각이 다채로워 글에 쏟지 못하고 있어요. 특히 편지라면 아침에 읽는 분이 많아 가감 없이 담지 않으려고 해요.
그보다 한 주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지금 그대 마음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오늘 금요 라방에서는 안부를 묻고 계획을 세우셨는지 닦달할까요.ㅎㅎ 급하게 마시고 이번 주말(9/8)로 기한을 잡고 목표와 계획을 점검하셔도 좋겠어요. 저는 못난 제 편이기도 하고 그대 편이에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從他謗 任他非 把火燒天徒自疲
사람들이 하는 비난과 비방은 그들에게 내맡겨 놓아라. 마치 불로써 하늘을 태우는 일과 같으니 스스로를 피로하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