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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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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Sep 17. 2024

만월 아래

추석

메리 추석(秋夕)! 추석은 한자 그대로 가을 저녁, 가을 한가운데라는 의미래요. 낮은 덥지만 새벽이 서늘해진 것도 같아요. 오늘 밤 '슈퍼문'이 뜬다고 하지요. 만월 아래 손잡고 '강강술래' 노래했던 기억이 나네요. 힘깨나 쓰신다는 어른들 씨름 놀이도요.


비가 오려나, 구름이 굽었어요. 화가 난 듯도 보입니다. 명절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엄마를 뵈러 가요. 가까이 살면 좋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요. 20대에 들어서부터 주욱 나와 살기도 했고요. 그러고 보면 엄마는 자식이 셋인데, 모두 일찍이 독립했네요.


'공부해라'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어요. 숙제했는지 물어본 적은 있으셨던가, 그조차 생각나지 않습니다. 방임에 가까운 양육 태도셨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권위가 없지 않으셨어요.


가족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나누셨고요. 어른 먼저 수저를 드는 건 기본이었어요. 존경심이 듭니다. 제가 엄마고 보니 더 그래요. 제 흐트러진 태도를 반성해요.


스물셋인가요. 엄마가 엄마가 되셨던 나이가 말입니다. 지금엔 잘 없지만요. 그 시절엔 그리 빠른 것도 아니에요. 생각해 보면 졸업하고 곧장이라요. 이십 대는 소녀 아닌가요.


앳된 얼굴의 신부라니, 이상적이면서도 애틋해요. 스물셋이면 제가 한창 여행 다니고 사회 경험을 쌓던 나이니까요. 엄마라는 역할은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지만요. 마치 인생의 새로운 막이 열리는 듯합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어릴수록 '나'를 지우게 돼서요.


'나는 누구일까.'라는 게 평생 엄마의 화두였어요. 그 방향은 사회적인 성취가 아니라 내면으로 향했지요. 여전하십니다. 한 분의 철학자시고요. 제 삶의 멘토이자 정신적 지주이세요. 늘 그래왔고 지금도요. 


"민혜야, 사랑만 하면 돼."


자주 하시는 말씀이에요. 아이를 걱정할 때에도, 인간관계 고민에도 "네가 할 수 있는 건 사랑을 주는 일이야."라고 말하시고요. 문제는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사랑 말곤 할 게 없는 세상이에요. 추석인 오늘을 나무랄 필요가 없지요.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는 것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지금 내게 있는 것, 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사랑이지요.


만월 아래서 그대가 행복하고 건강하길 기도할게요. 함께라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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