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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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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Sep 29. 2024

입꼬리 올리고,

아침편지

날 좋은 주말이에요.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새벽은 명상하고 살살 몸을 굴렸어요. 이만으로도 몸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오늘 하려는 걸 적고 보니 꽤나 많아요. 피드가 세 개는 더 오르겠어요. 하나는 얌전히 내일로 미루렵니다. 금방 창밖에 하늘을 보고 입이 벌어졌어요. 어제는 몇 번이나 하늘을 올려다보셨나요?


3초라도 좋아요. 잠시라도 고개를 들어주세요. 길에 사람을 보면 핸드폰을 보느라 목이 기역자로 꺾여 있습니다. 기분을 좋게 하는 도파민 때문이지요. 행복과 무관하진 않아요. 


도파민이 나쁜 것만도 아니지요.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을 때에나, 술 한 잔 기울일 적에, 숏폼을 볼 때와 같은 기전이라고 해요. 즐길 게 넘치는 세상입니다. 손 뻗으면 풍미가 넘치는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예쁘거나 멋진 사람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어요.


뇌 과학에 관심 있으시다면 도파민이 나온 뒤의 반응을 아실 텐데요. 기분 좋은 느낌이 우리 몸을 훑고 지나면 그만큼의 고통이 찾아온다고 하지요. 자극에 더해 자극을 찾을 수밖에요. 자꾸만 머리가 아래로 기우는 연유입니다. 멈추면 고통이니까요. 계속해 더 많은 도파민을 필요로 해요. 


고통이 나쁘다는 '생각'을 따라가기 쉬워요. 인류는 지금껏 고통을 없애는 방식으로 발전했어요. 매번 다른 문제에 봉착해도 또다시 없애려만 듭니다. 더 편안하고 즐거운 세상이 된 건 맞지만요.


사람들은 더 많이 우울해하고, 괴로워해요. 이토록 풍족하고 재미있는 세상인데요. 얼굴엔 생기가 사라지고 여유는 줄었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문제를 대하기를, 완전하고 편한 곳, 고통이 사라진 상태를 향합니다. 그건 죽음밖엔 없는데 말이에요. 우린 죽음이 아니라 생(生)을 바라지 않나요?


삶은 불완전해요. 역시 마찬가지죠. 모든 뜯어고치고 바꾸려 드는 생각에는 완벽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삶이 이래야만 한다, 나는 그래야 하고 너는 저래야만 해요. 바로 거기,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어요.


죽음이 아픈 게 아니라 살아 있음이 아파요. 고통을 피하려 드는 데 사활을 걸어선 안됩니다. 우린 죽어 있는 오늘을 바라는 게 아니니까요. 


층층이 구름 빛이 달라지네요. 위로는 노랗게 아침 햇살이 번져요. 은은한 그대 미소를 닮았어요. 우리, 어깨는 내리고 입꼬리 살짝 올려볼까요. 편안하고 따듯한 일요일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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