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두근대는 새벽입니다. 알 수 없는 오늘처럼 안개가 자욱해요. 아침 요가원을 예약했어요.
9월이 다 가네요. 어제 글쓰기 모임 모집을 올린다 놓고 감감했지요. 새벽 명상하는데 고양이 다섯 마리가 얼마나 어수선한지, 꼭 제 마음과 같아서요. 일한다고 바쁘다 말하지만 정말은 정신이 산만한 요즘이에요.
문득 소란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설레는 마음이에요. 모든 게 괜찮아져요. 도리어 재미있다고 말할까요.
글을 읽고 쓰는 일도, 매일 출근하는 일상도 나의 선택이지요. 해야 할 일이 늘어난 것도 맞지만 그걸 바랐다는 걸 알아요. 시끄러운 속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그 덕에 바깥이 시끄러워지는 거예요.
'나는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사실, 즉 그가 방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을 줄 모른다는 사실에서 유래한다고 종종 말하곤 했다.' <팡세>137p
처음은 '그래, 사람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새가 있어야지.' 생각했어요. 오늘은 스스로 불행을 선택하는 인간을 다시 봅니다. 위대한 개츠비처럼 위대한 하민혜인 셈이에요. ㅎㅎ 제 발로 지옥에 들어가는 건 지구상에 인간이 유일할까요. 그런 때 느껴지는 쾌감이라도 있는 건지.
비꼬는 게 아니라요. 애틋하면서 경외심이 들어서요. 알면서도 직진하는 마음이나, 알지만 술을 들이붓는 행동이나. 흐트러진 날들조차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 모두 '나는 누구인가.'를 향해 가지 않을까요. 꼬부라진 길을 걷든, 내가 쌓은 돌무덤에 열 번이고 엎어지든 목적지는 같은 겁니다. 서로가 서로를 나무랄 게 아니라 토닥이고 격려하면 좋겠어요.
눈부신 가을날이에요. 다음 주면 연휴가 기다리고요. 편지 쓰며 알밤 까먹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살 찌우고 있어요. 엄마가 걱정하셔요. 다이어트 생각은 없습니다. 야식이나 술, 단 맛, 기름진 음식에도 그마만큼 관심이 없지요. 안 하던 출근을 시작해서인지, 요가에 더해 수영을 다녀선지 2kg 정도 살이 빠졌어요.
마른 몸이라 테가 나겠죠. 나이가 있어서 살도 좀 있는 게 보기 좋을 텐데요. 살이 찌거나 빠지거나, 둘 다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닙니다.
'밤편지'를 발송하는 날이에요. 매주 한 번씩 보내 드렸고, 이제 12번째 밤편지네요. 서툰 사람이지만 매일 읽고 쓰는 삶을 살도록 격려해 주시는 셈이에요. 깊이 감사를 보내요. 편지 끝맺음에 와도 여전히 설레는 가슴이에요. 지금 제 마음이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을 만큼 예뻐요.
선선한 가을날이면 끝을 그리기 좋은데요. 끝은 시작과 맞물려 있지요. 어제가 가고 새로운 오늘 시작입니다. 기분 좋은 금요일이 되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