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요. 반가운 일요일 아침입니다. 새벽은 매트에 눌러 있다 코스모스를 읽었어요. 잠깐 본다는 게 35분이 흘렀습니다. 느낌엔 10분 즘 지났는데요.
늦은 밤 아이들과 언니 식구들 다 함께 야시장을 거닐었어요. 조명은 번쩍이고 바글대는데 겨울 느낌이 물씬이에요. 귤 꾸러미가 놓인 커다란 트럭을 지나치며 반가웠어요.
작은 다락방에 언니, 나, 동생 셋이서 한 이불을 뒤집어씁니다. 불이 꺼진 상태고 아랫목은 뜨듯했어요. 그만 잠에 들라고 어른에게 한 소리 들은 참이에요. 조용히 속삭입니다.
"가위, 바위, 보!"
처음은 제가 이기고 다음 언니가 이겼어요. 마지막 남은 동생이 마지못해 이불 밖에 삐져나가 문을 엽니다. 곁에 붙어 말했어요.
"야, 누나가 망 봐줄게. 최대한 많이 가져와."
동생은 비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고요. 먼저 발 하나를 내밀더니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거실 뒷 켠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닥 위로 귤이 담긴 상자가 놓여 있어요. 귤을 한가득 품에 안고 종종걸음으로 돌아오던 동생은 기어코 두어 개는 흘리고 맙니다. 굴러가는 귤을 애달프게 쳐다보는 동생에게 말해요.
"그러다 걸리겠어! 빨리 와 그냥."
양팔과 주머니 꽂은 귤을 이불 위로 토해 냅니다. 셋은 흡족한 표정이에요. 무거운 이불 아래 다리를 집어넣어요. 이 밤이 무시로 캄캄해진 줄도 모르고 신나게 귤을 까먹습니다. 입안에 귤만 터지는 게 아니라 계속 웃음이 터져 나와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세상 재밌는 건 혼날 줄 알면서 몰래 하는 건가 봅니다
이제껏 먹은 중에 제일 시원하고 달콤했어요. 하룻밤만의 일은 아닙니다. 꾸짖는 엄마도, 보듬는 할머니도 그런 줄 아셨어요.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보드라운 털방석에 몸을 웅키고 있을 때가 많아요. 잠에 빠져든 모습에서 언니랑, 나 그리고 동생이 보여요. 우리도 꼭 이렇게 엉켜 잠에 들었어요. 여름날이면 누가 벌려 놓은 양 떨어졌지만 겨울은 뜨끈한 방구석 아래 들러붙었지요. 절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바람이 차가워지거든 우리, 서로 껴안기로 해요. 포근하게, 나른하게 품에 안기는 겁니다. 손을 잡는 것도 좋아요. 겨울은 내내 꼭 붙어 지내기로요.
따듯한 일요일 되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