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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Mar 03. 2022

지금, 이 순간

시간은 양보다 질, 수업의 중요성


경계와 한계를 초월하고 불가능을 없애는 기술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지 살펴보고자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의학 특히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노화를 정복하여 더 이상 늙지 않고 영생에 가깝게 오래 살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세계미래보고서 2055」


25살 이후로 노화는 멈추고 돈 대신 모든 것이 시간으로 거래되는 세상이 있습니다. 얼굴만 봐서는 엄마와 아들 사이가 마치 연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누구는 25살의 얼굴로 200살을 살고 있지만, 28살에 내일 살아있을지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커피 한 잔, 점심 샌드위치, 택시 요금, 통행료, 스포츠카에는 가격표 대신 시간이 적혀 있습니다. 그것들을 소비하고 소유하기 위해서는 돈이 아니라 팔에 심어진 '카운트 바디 시계'의 시간을 써야 하죠. 주어진 시간을 마구 써버리면 시계는 멈추고,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한참 전 일이긴 하지만 저희 집 아이들은 이 영화를 보고 충격적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초반에 아들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뛰어온 엄마가 아들의 눈앞에서 고꾸라져 죽는 장면은 영화긴장과 충격을 더했습니다. 개인의 죽음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지 않는다면 지구는 영생하는 인간들로 넘쳐나 결국 파괴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영화 속 세계가 현실이 될 것 같아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끔찍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을 유지한다면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 1년 365일, 공평하게 부여는 유한한 자원이 바로 시간입니다. 남는다고 하여 저축할 수도 없고 빌려주거나 빌려 쓸 수도 없죠. 이 같은 시간의 속성을 뒤집어 소재화한 영화 <인 타임>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10년도 더 지난 영화를 꺼내 든 이유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은 학습자가 자신의 목표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셀프 모니터링하면서 목표와 계획 그리고 방법을 수정해가는 과정이라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특히 관리와 조절이 필요한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시간'입니다.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시간관리는 매우 중요하지만 쉽게 통제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입니다.


목표한 분량의 공부를 마치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평소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몰입을 위한 최적의 시간대는 언제인지 체크하고 조절해 나가는 것이 바로 시간관리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혼자 공부하는 습의 시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많은 책에서 습만큼 중요한 학의 시간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데요. 이는 학교에서의 배움, 즉 수업 시간은 기본이고, 따라서 당연히 잘 듣고 이해했음을 전제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러나 실제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 모두가 수업을 잘 듣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들은 것을 필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수업이 재미있어야 하고, 수업이 재미있으려면 배우는 내용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배경지식을 넓히는 데는 폭넓은 독서 그리고 예습이 답이 될 수 있고요. 수업 중간중간 질문을 하거나 필기를 하는 것은 수업의 주도를 '선생님'에서 '나'로 옮겨오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환기喚起의 목적도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거나 쪽잠을 자는 것 역시 다음 수업을 잘 듣기 위한 유용한 팁이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가르치는 사람과 친밀감이 잘 형성될수록 수업이 재미있고, 쏙쏙 이해가 됩니다. 공부는 마음이 하니까요. 학기가 막 시작된 요즘은 사람과 환경이 모두 바뀌어 학생들도 긴장 모드입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집중이 더 힘들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도 학기 초에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각별히 정성을 쏟으시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수업 중간중간에 퀴즈나 유머를 섞어 수업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죠. 그러니 수업을 듣고 귀가한 자녀에게 수고했다는 '립 서비스'와 '쉼'을 부모님께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학교를 다녀온 후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보내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학교 수업을 제대로 잘 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자투리 시간을 잘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시간의 양을 늘리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의 질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YOLO 인생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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