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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Feb 22. 2022

숙련목표 vs 성과목표

목표 설정은 이렇게 도와주세요


자기주도학습의 첫 단계는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목표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 되며, 실제 공부 동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목표는 크게 숙련목표(mastery goal)와 성과목표(performance goal)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학습과 연관 지어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 반에서 수학 최고점을 맞고 말겠어”

“지난번 시험 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아야지”

차이가 느껴지나요?

첫 번째 예시는 성과목표, 두 번째 예시는 숙련목표입니다.




자녀는 평소에 어떤 목표를 주로 이야기하나요? 저희 아이들은 모두 성과목표에 가까운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듯 성과목표 보다는 숙련목표가 훨씬 이상적이지 않나요? 교육 전문가들도 대부분 이 점에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성과목표는 외적 동기에서 비롯되고, 타인 중심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숙련목표는 내적 동기에서 비롯되고, 공부의 본질에 가까운 자기 성장과 발전에 보다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최고나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경쟁을 비켜갈 수 있으니 참으로 이상적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늘 반대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학업에 대한 자부심, 만족감, 성취감과 같은 내적 동기가 충만하다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칭찬이나 야단, 혹은 용돈의 인상과 삭감, 친구들과 선생님의 인정, 좋은 직업, 대학의 레벨 등과 같은 외적 동기가 훨씬 더 강한 공부 동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제가 만났던 다수의 학생들, 심지어 대학생들도 비슷했습니다.




저는 숙련목표를 위한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단원 평가 점수를 한곳에 모아 적어보게 한 것입니다. 수학 과목의 경우, 초등 저학년 때부터 단원을 마칠 때마다 학교에서 단원 평가를 통해 학습 달성 정도를 평가하기 때문에 저학년부터 단원 평가 점수를 누적해 놓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이렇게 단원 평가 점수를 한곳에 누적해서 적었더니 아이의 수학 점수 추이가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다음 학년에서 연계되는 단원의 학습 결손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수학은 나선형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학습의 내용이나 수준을 높여가며 확장과 깊이를 더하는 대표 과목이지요. 예를 들어 초등 3학년 1학기 3단원은 나눗셈입니다. 해당 단원에서는 두 자릿수와 한 자릿수 나눗셈의 몫과 나머지 구하는 법을 배웁니다. 초등 4학년 1학기에도 곱셈과 나눗셈이 3단원에 나옵니다. 하지만 해당 단원은 세 자릿수와 두 자릿수의 나눗셈이 등장하기 때문에 3학년 교과 내용을 충분히 익히고 반복하지 않으면 곱하기와 빼기 등의 연산뿐만 아니라, 자릿수를 혼동하여 몫과 나머지를 구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시험 점수를 한곳에 적어 놓고 이것을 학년별로 누적하면 자녀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점수에 해당되는 단원에 숫자 대신 단원명을 작게 적어 놓으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누적해 놓은 평가 점수표를 보고 부모는 자녀에게 “지난번 시험 보다 1개만 더 맞아볼까?” 혹은 “지난 수학 점수에서 10점만 올려볼까?”처럼 적절한 숙련목표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혹시 부모가 목표를 제시한다는 것에 어떤 저항이 느껴지거나, 그건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자녀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없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제가 만나왔던 수많은 학생들은 대체로 자신의 경험치 안에서 학습 목표를 세우고, 공부 방법을 결정하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관점을 바꾸고, 자신의 한계를 부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부모는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학습에 있어 부모의 코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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