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을 하고 딱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중간에 주말이 끼긴 했지만 그마저도 학원에 빼앗긴 딸아이는 오늘, 꿀 같은 공휴일을 만끽 중입니다. 입학식 바로 다음 날부터 아침 7시에 나가 밤 10시 반이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생활이 저 역시도 익숙하지 않네요.
저녁 식탁이 휑합니다. 언니가 없는 식탁에서 제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할리 없지만 그래도 작은 아이가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2년 후면 저녁 식탁에는 남편과 저, 두 사람만 앉아있겠죠.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먹는 끼니만이라도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을 차려봐야겠다는 다짐을 절로 하게 됩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표현 같습니다.
딸아이는 아침 7시에 출발하기 위해 6시에 기상합니다. 아이가 씻고, 옷을 입을 동안 저는 국을 데우고, 밥상을 차립니다. 아이가 가방을 챙길 동안 저는 외투를 꺼내 입고, 같이 집을 나섭니다. 함께 등교하는 차 안에서의 15분은 일주일 사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학교에 하루 종일 핸드폰을 빼앗긴 딸아이는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동안도, 옷을 갈아입고 과일 한쪽을 먹는 동안도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얼굴 보여줄 생각을 하지 않다고 쓰러져 자기 바빴습니다. 급식은 먹을만했냐고, 담임선생님은 어떠냐고, 친한 친구들은 좀 생겼냐고, 수업은 따라갈만하냐고 묻고 싶지만 입에서만 맴돌 뿐, 틈을 주지 않는 딸아이의 정수리만 물끄러미 쳐다볼 뿐입니다. 그러니 아침에 함께 등교하는 15분이 제게는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이 학교에서는 인적성검사를 했고, 담임선생님과 상담도 했으며, 임원 선거도 있었다는군요. 아침에 잠깐 나눈 대화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딸아이도 정신없이 휩쓸려가듯 학교생활에 적응 중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전공어를 공부하지 않고 입학한 탓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알파벳도 모르는데 회화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아침부터 목소리를 높이는 딸아이의 말에 맞장구를 쳤지만, 속으로는 학교 교육만 믿고 사교육을 미리 시키지 않은 것을 조금 후회했습니다.
지금도 딸아이는 스마트폰으로 '듀오 링고' 앱을 찾아 깔고, 열심히 중얼중얼 전공어를 연습 중입니다. 혼자 시작하는 전공어 공부라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이 또한 자신의 방법으로 조금씩 해결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저는 '방과 후 교실'을 신청해 볼 것과 다니고 있는 학원에도 전공어 수업이 개설되어 있으니 혼자 하다가 버겁다 싶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말을 건넬 뿐입니다.
내일부터는 집에 올 때도 엄마가 데리러 왔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딸아이와의 소중한 15분이 더 생기는데 마다할 수 있나요. 그리고 오늘부터 저도 '듀오 링고' 앱 깔고, 딸아이가 하는 전공어를 함께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혼자 공부하는 딸아이가 외롭지 않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