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에 낀, '무엇이다'와 '무엇이 아니다'의 중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지금껏 '남들과 달리 우리 맏딸은 사춘기도 없이 잘 지나갔다'고 생각하시지만, 그럴 리가요. 부모님이 눈치채지 않을 만큼의 일탈을 했고, 남몰래 치열하고도 우울한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당시에는 저도 잘 몰랐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저의 고등학교 시절이 사춘기의 정점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으니까요.
청소년기의 충동성과 정서의 폭발은 사실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성격의 결함은 더더욱 아니고요. 재미와 이상을 좇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가도 금세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반항에 휩싸이는 청소년의 이 같은 특징은 미완성된 '뇌' 발달에서 비롯됩니다.
그렇다면 청소년기는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말하는 걸까요? 이것도 학자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전두엽의 경우 20대 중후반까지도 지속적으로 발달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책은 청소년기(사춘기)를 12세에서 25세까지라고 소개하기도 했답니다.
뇌의 앞쪽(이마)에 위치한 전두엽은 생각하고, 계획하고, 판단하고, 점검하는 고차원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아주 중요한 부위인데, 특히 여성에 비해 남성이 더 늦게 완성된다고 알려져 있죠. 그러니 10대의 자녀가 계획한 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더라도, 감정이 하루에도 12번 오르락내리락 하더라도 '이건 아이의 문제가 아니다. 뇌가 자라느라 그런 거다' 이렇게 혼잣말을 해보세요. 그럼 아이를 보며 순간 올라오는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위기의 순간을 여러 번 넘겼습니다.
뇌의 발달 과정은 매우 정교하고, 그래서 신비스럽게 느껴집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뉴런들이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으니까요.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는 생후 36개월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가 사춘기가 되면서 가치 치기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사춘기의 뇌를 '공사 중인 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때 뇌가 뒤쪽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앞쪽으로 이동하는 특징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자녀와 함께 외출할 때 난데없이 엄마에게 화장을 하라거나, 아빠에게 옷을 갈아입으라거나, 혹은 자녀의 거울 보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외출 채비를 마치고도 한참을 기다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자녀가 사춘기에 막 들어선 것입니다. 다양한 감각 정보 중에서도 특히 시각을 처리하는데 관여하는 후두엽(뒤쪽)의 주기능 때문이죠.
큰 아이가 5학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살짝 튀는 색상의 옷을 골라 입거나, 화장을 하지 않은 채 함께 외출하는 날이면 저만치 떨어져 걸을 정도였답니다. 선생님과 상담이 있는 날이면 예쁘게 하고 오라고 얼마나 신신당부 하던지요. 서운했냐고요? 아니요. 마음속으로 '뇌가 자라느라 그런 거다. 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라 그런 거다' 하며 넘겼습니다. (먼산)
중학교 2학년이 된 작은 아이는 사춘기가 한창입니다. 느린 성향의 아이다 보니 평소에도 머리를 감고, 말리고, 옷을 입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만.... 지금은 감히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전신 거울을 언니 방에서 자신의 방으로 옮겨 놓고, 이 옷을 입었다가 저 옷을 입었다가 난리 부루스입니다. 가르마를 살짝 바꾸고 저에게 와서 "나 좀 예뻐진 거 같지 않아?" 물어봅니다.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방은 난장판이지만 외출할 때는 세상 이렇게 단정한 아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마음속으로 '잘 자라고 있는 거야. 조금 늦어서 그렇지... 시간은 좀 걸리겠군.' 하면서 지혜롭게 넘기는 중입니다.
재미있죠? 부모가 무지할수록 자녀에 대한 이해의 폭은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내 아이의 변화를 잘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녀의 성장에 따라 겪게 되는 신체적, 정서적 특징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면 이해 못 할 일도, 화가 나는 일도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