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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Jul 28. 2022

우리도 마이 묵었다 아이가~

포켓몬빵에 얽힌 경제활동 이야기


포켓몬빵 안에 들어있다는 '띠부띠부씰'은 떼었다 붙였다 하는 seal(사전: 봉인이나 봉인의 표로 붙이는 종이)을 말합니다. 편의점에 가도 들어온 수량이 순식간에 팔려나가 살 수 없다는 그 포켓몬빵, 제가 살고 있동네 초등학교 앞 편의점에는 손글씨로 '포켓몬빵 없음'이라고 쓰인 종이가 늘 붙어있지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다는 그 포켓몬빵을 저희 큰아이는 잘도 사 옵니다.


초등생이 없는 저희 집에서 포켓몬빵이 유행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큰아이 덕분이었습니다. 학기가 시작되는 3월 달력에 생일 표시되어 있는 까닭에 큰아이는 생일 파티에 초대된 경험은 많아도 생일 파티를 열어 친구들을 초대해 본 기억은 없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 입장에서 좀 너무하다 싶네요(미안 딸~!). 여하튼 한 달쯤 지나 친한 친구들이 생기면 으레 서로의 생일을 묻잖아요? 그제서야 생일을 알게 된 친구들이 뒤늦게 준 선물을 들고 오는 아이의 손에는 언제나 예쁜 쓰레기(제 표현이 좀 거슬리셨다면 죄송합니다)가 들려있었습니다. 그래도 그걸 받고 어찌나 행복해하던지요. 챙겨야 할 친구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또 똑같이 예쁜 쓰레기를 사서 선물로 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바쁜 고등학생이 되니 그마저도 사러 갈 시간 없는 건지... 학교 매점에서 생일 선물을 사고, 그 자리에서 주고받는다고 하네요. 학부모 총회를 갔을 때 딸아이 의자에 깔려있던 낯선 방석도 친구와 같이 손잡고 매점에 가서 자기 취향에 맞 걸 고르고, 돈은 친구가 냈... 이것은 MZ 세대의 바뀐 생일 풍속일까요 아니면 가성비 선호하는 어린 티 벗은 고등학생의 모습일까요? 어찌 되었든 생일지나도 간간이 받아오는 딸애의 선물을 함께 풀어보는 재미도 쏠쏠했답니다.


선물 중에서도 간식, 특히 포켓몬빵은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선물이었죠. 아마도 생일 선물로 받은 파이리 빵이 그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매의 우애가 남달라서(말싸움은 치고받는 수준이지만, 사과도 빠르고 서로가 극진히 챙기는...^^;) 어디서 먹을 게 생기면 엄마, 아빠 건 몰라도 언제나 언니 몫, 동생 몫을 남겨 오더라고요. 파이리 빵을 보고 작은 아이가 깜짝 놀라면서 "이거 희귀템인데..."하는 말에 부심 가득, "이친구가 내 생일이라고 힘들게 구한 거래. 같이 먹으려고 갖고 왔지" 하더군요. 매콤한 핫소스 맛의 그 포켓몬빵을 가족이 함께 나눠먹은 뒤로 저희 가족은 포켓몬빵 도장 깨기에 들어갔습니다. 고 보니 학교 매점은 포켓몬빵의 성지였더라고요(물론 희귀템은 아침 일~~찍 등교해야 살 수 있지만요).


동안 저희 가족은 빵에 진심이었지, 따라오는 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지라 띠부띠부씰의 위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띠부띠부씰이 인터넷에서 거래된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저는 코웃음을 쳤지요. 가끔 특이한 게 나오면 모으는 친구가 있다큰아이가 챙겨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학교에서 띠부띠부씰만 챙기고, 빵을 버리는 친구를 큰아이가 직접 목격했다지 뭡니까? 저희는 그 얘기로 밥상머리에서 한참 이야기 나눴답니다.


"띠부띠부씰이 그 정도라면 우리도 거래를 해볼까?"


아이는 친구에게 주려고 챙겨두었던 띠부띠부씰 몇 개를 그 자리에서 바로 사진을 찍어 '당*마켓'에 올렸습니다. 1분도 되지 않아 당장 구입하고 싶다는 톡을 연달아, 그것도 여러 사람에게 받고 나서야 우리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성사된 첫 거래는 사실 '이게 된다고?' 더하기, '그럼 빵값이나 벌지'하는 반신반의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띠부띠부씰 두 개를 한꺼번에 사는 조건으로 3,000원(포켓몬빵 한 개는 1,500원입니다)에 올렸죠. 그런데 큰아이가 재미를 보고 나니 약속 장소를 잡고, 거기까지 나가는 공을 생각해 가격을 더 올려야겠고 말하더군요. 거래 조건은 즉시 낱개로 구입이 가능하게 바꾸고, 희귀한 씰은 개당 2,500원~3,000원까지 가격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제 계좌에서 '**외고 매점'이라고 찍힌 내역은 갈수록 늘어고, 저희 가족은 포켓몬빵의 다채로운 맛을 모조리 경험하게 되었죠. 


참 이상하? 포켓몬빵은 엄마 돈으로 사고, 띠부띠부씰 판매한 돈은 자기가 챙기고... 큰아이 말로는 자신이 번 돈으로 빵도 여러 번 샀다고 했지만... 통장은 이미 두 페이지를 넘겼는걸요. 그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이윤을 남큰 아이는 여름휴가 때 가족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쏘겠다고 합니다.


오늘도 큰아이가 '당*마켓'에 올린 띠부띠부씰을 거래하기 위해 집을 나니다. 방과후 수업 듣는다고 학교에 가버린 너를 대신해...  이 땡볕에... 엄마가...

"딸아~ 이제 그만 팔자. 우리도 마~이 묵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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