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라코알라 Jul 31. 2022

짐 싸는 것만 봐도 성격 나오죠?

학습 성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빗방울이 가늘게 떨어지는 아침, 강릉으로 출발할 채비를 합니다. 방학이 시작되기 전 언제 휴가를 갈까 스케줄을 맞춰봤습니다. 그러나 큰아이와 작은 아이의 학원 시간들쑥날쑥 들어차 있는 통에 긴 휴가는 어렵겠다 싶었죠. 긴 고민 없이 큰아이의 수학 학원 가볍게 건너뛰고 1박 2일 기차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강릉 맛집 세 곳과 안면 해수욕장 모래사장 걷기 이렇게 두 가지만 충족하고 돌아오자 합의했습니다. 캐리어 없이 각자 필요한 짐을 챙기기로 합니다. 아이들이 크니 이런 게 참 좋네요.


가장 큰 가방에 가장 많은 짐을 챙긴 큰아이. 어깨에 메는 J스포츠 가방에는 속옷 2벌, 양말 2켤레, 바지 하나, 반팔티 하나, 방수용 겉옷, 양치도구, 간식, 버즈 이어폰, 안경 케이스, 휴대폰 충전기, 잠옷, 우산, 영어 단어장(어차피 안 볼 듯 하지만), 형광펜, 마스크를 챙겼다는군요.


그다음 큰 가방으론 둘째 아이입니다. 옆으로 메는 검은색 가방에는 잠옷, 속옷 1벌, 양치도구, 휴대폰 충전기, 비상(진통제, 소화제), 이어폰, 우산, 고양이 인형.


제 가방에는 휴대폰 충전기, 지갑, 화장품 샘플들, 잠옷 1벌, 손수건, 안경 케이스, 양치도구, 밴드와 마데카솔, 우산(버리고 올 요량으로 비닐 장우산).


남편은 다음 날 미팅이 있어 1박 없이 귀가 예정. 작은 손가방 하나로 끝냈으니 열외로 하겠습니다.


안목커피거리 카페에서


짐만 봐도 저희 가족의 성향이 보이시죠?

큰아이는 생존의 욕구, 안전의 욕구가 강한만큼 만일을 대비 두 벌의 속옷과 양말을 챙겼습니다.  계획을 세우면서 설레고 행복한 큰아이는 여행 전날 핸드폰에 챙길 목록을 기록해네요. 그리고 여행 당일 아침에 쉬리릭 짐을 챙기는 걸 보면 계획형은 맞지만 게으른 계획형이군요.


작은 아이는 제일 먼저 고양이 인형을 챙겼다고 합니다. 그다음은 핸드폰 충전기와 이어폰을 챙고요. 여행 가기 하루 전날 저녁부터 생각나는 걸 주섬주섬 담아 넣더군요. 부지런한 비계획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중요한 건 관심 있는 것에만 이렇게 부지런을 떤다는 겁니다. 내일 입고 갈 옷 정해서 옷걸이에 걸어놓는 걸 보면 계획형인가 헷갈리기도 하지만... 항상 그러는 건 아니라서요(제가 보는 작은 아이는 비계획형 같은데 본인은 굉장히 계획이라고 말한답니다).


큰아이는 혹시나 놓치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불필요하다 싶을 만큼 과하게 여행 준비를 한 경향이 있고, 작은아이는 우선순위가 남들과 좀 다릅니다. 자유의 욕구가 충만한 둘째 녀석은 바다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모래사장을 반드시 걸어야겠다네요(비 맞으며 낭만인지 청승인지...). 계획은 하지만 언제나 그 결심은 쉽게 무너지기도 합니다. 목할 점은 공부 성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비계획형입니다. 숙소와 기차 편은 남편이 예약고, 맛집은 지인들이 보내준 링크를 참고하면 그만입니다. 동선이요? 남편이 아마 겠지만... 남편이 바쁘면요? 가면서 기차 안에서 알아보되죠.


비계획형 아내에게 계획형의 남편은 때론 축복 같습니다. 물론 시간 다툼하는 철저한 계획형이라면 많이 다퉜겠지만요. 하지만 이런 제가 일에 있어서는 계획형의 모습을 취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 작은 아이도 언젠가 본인이 중요하게 느끼거나 꼭 잘 해내고 싶은 것이 생기면 계획형의 모습도 보이겠지 하고 말이죠.


집을 나서기 전까진 여행 기분이 전혀 안 났는데 청량리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니 슬슬 레기 시작합니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지 않길 바라면서...  


저 혼자 아이들과 일정 소화하고 잘 돌아올 수 있겠죠?... 같은 걱정 따윈 내일 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시에 감자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