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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작업실 Jul 16. 2024

귀 기울이는 삶


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찾아주는 게 중요해요!


제가 이 식물을 이 장소에서 잘 키우려고 애를 썼지만 안 됐어요.
저 장소에 두니 얼마 안돼 제 노력이 무색하게 금방금방 순을 올려주더라고요~.

식물은 알아요~
자신이 어디서 잘 자라는지.




(출처: 정확히 언제 했던 방송인지는 모르겠어요. 많은 말씀 중에 했던 얘기라 여기저기 섞여서 기억한 것일 수도 있어서 채널을 남겨둡니다.    https://www.youtube.com/@hotessong )





아직 실내 가드닝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먼저 시작한 선배 식집사들의 유튜브를 몰아보는 편이다. 좋아하는 가드닝 채널에서 하신 말씀 중에 저렇게 말씀하신 내용이 있었다. 정확하게 언제 했던 방송인지는 모르겠다. 그 말씀을 듣고 장마철에 식물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계속 되새기면서 화초들 마다 어느 자리가 좋을지 고심하고 자리를 잡아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식물뿐 아니라 나의 삶을 돌아볼 수 도 있었다.



결혼 전 20살이 되자마자 나는 서울살이를 10년 정도 했었다. 도시 중에 가장 맥시멀 한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니 내 삶 속에 정말로 다채로운 정보로 채워졌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할 수 있었고 '뒤죽박죽 카멜레온' 책의 카멜레온처럼 특정 라이프 스타일을 쫓아 살아보기도 했었다.


그때는 내가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고민도 했지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먼저 생각했었다.

내가 특정한 누구, 무엇이 된다면 환경이 알아서 만들어질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10년간 적응했던 서울을 두고 본래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도 아주 작은 도시는 아니지만 서울만 하지는 못했다. 뿌리째 뽑힌 나는 나만의 화분, 나만의 땅을 잃어버리고서 어떻게 어디서부터 뿌리내리고 일어나야 하나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방황하는 마음을 반영해서일까? 결혼하자마자 어린아이를 데리고 남편 직장을 따라 참 많이 이사를 다녔다. 그래서 마치 화분 속 식물처럼 놓이기만 하면 그곳이 내가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그렇게 30대는 대부분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한참을 살았었다.


그렇게 이제는 정착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지금 이곳에서 살게 되었다. 그러니까 가드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 집에서 오래 살 거라는 작은 발심에서 나온 다짐이기도 하다. 이사를 다녀야 하는 사람은 많은 화분이나 동물을 키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집을 옮겨 다녔던 나는 미니멀라이프에 빠져있었다. 엄밀히 말해 처음에는 미니멀 홈스타일링을 좋아했다. 미니멀라이프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소신껏 자신이 집중하는 곳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비우고 버리는 삶을 권한다.

 그런데 특정한 좋아하는 게 생기면 정신없이 수집하고 취하는 습성이 있어 금방 맥시멀리스트가 되곤 했다. 내 마음속에 상충되는 신념이 싸웠다. 미니멀라이프로 지향하던 내 삶은 양치기소년처럼 매번 남도 속이고 나 스스로도 내 말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 내가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답답했었다.

 미니멀라이프로 삶을 살아가더라도 내가 이곳에서 잘 살아내기를 하는 중인데 끊임없이 반대되는 신념을 가지고 나를 다그치고 있었다. 숲을 이루는 산을 봐도 미니멀할 때가 있고 맥시멀 할 때가 있는데 나는 끊임없이 미니멀을 강조하고만 있었고 그 속에 내가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잊고 있었다. 비우면 채워지듯이 채워봐야 비울 수 있게 된다. 가지치기를 하더라도 가지를 내고 잎사귀도 꽃대도 다양하게 내봐야 다듬을 게 있듯이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요즘 집중하는 것은 '가드닝, 직접 요리하기'이다.

낭비하는 삶을 살려던 게 아니라 정착하는 삶을 배우는 중이었던 거였다.

나는 지난날의 나처럼 한 번 더 어떤 사람인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는지, 어떤 사람과 곁을 내면서 지내야 하는지 눈여겨보고 귀 기울여봐야겠다.

누구나 성장하는 시기라고 알려진 20대만이 성장기는 아니다. 40대에도 나중에 50대에도 속을 채우고 익어가야 하는 배움의 길은 너무나 많다. 이리저리 커져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성장해 보자.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자신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어디에서 새 순을 잘 내고.

어디에서 마음 편하게 클 수 있는지.








장마철에 잘 자라는 고사리류 식물들이예요. 볕이 좋으면 잎 끝이 타버리기도 해요. 고사리 친구들은 식물등 가장 작은 단계의 빛에도 타서 걱정했는데 습하고 볕이 약한 베란다에 두니 너무너무 잘 자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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