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드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봄에 화초를 구경하다가 그만 꽃들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랬던 화초들은 여름이 되고 또 장마까지 오자 초보 식집사의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셀 수 없이 가득 피워대던 '밀리언 벨, 슈퍼벨'도 점점 꽃수가 작아지더니 잎새마저도 시들시들해졌다.
대부분 화초들은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했다. 초보 식집사답게 무엇이 문제인가 알아보다가 화분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정보를 듣게 됐다. 나는 화분을 늘리는 것만이 화초를 잘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줄이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다. 부랴부랴 작은 포트에 물관리가 쉽게 작은 포트에 옮겨 심었다. 그 과정은 이렇게 두어 줄로 끝날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시들해진 아이들을 위해 이것저것 해주다 화분을 늘린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흙들이 다 깨끗하기만 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떤 흙은 그새 뿌리파리의 아지트가 된 곳도 있어서 하나하나 부어보면서 확인해야 했다. 그나마 깨끗한 흙들을 따로 포대에 담고 작은 화분에 옮겨 심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큰 깨달음이 있었다.
분갈이는 크기만 크게 키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작게 키우더라도 잎새가 싱싱하고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려면 이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흐름을 타는 것이지 조화처럼 쨍한 상태만을 바라면 안 되는 거였지. ~!"
그런 관점이 생겨났다. 그때 문득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초록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이들은 화초만큼 매혹적이지는 않았지만 햇볕을 쐬면 그대로 새순이 올라왔고 장마가 되어 생긴 습기를 머금고 새 잎새를 냈다. 그래서인지 꽃을 피워낸다고 온 힘을 썼던 화초들은 전부다 시들해져 있는데 그 사이에 너무나 멋진 초록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집에 있는 초록이들은 아레카야자, 홍콩야자처럼 야자류, 고무나무, 여인초, 극락조 중품, 소품, 콩고 등이 있다.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이끼류의 식물들도 살펴보게 됐고 여름의 대표 초록이 몬스테라도 들여왔다. 그렇게 품이 작아진 빈 공간 사이로 다양한 초록이들이 곳곳에 채워지자 오히려 눈이 시원해지는 온갖 녹색의 스펙트럼을 원 없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몬스테라의 새 순은 돌돌 말려서 올라왔다가 펼쳐진다^^
초록이들에게는 꽃을 이길 만큼 매혹적인 포인트는 없지만 초록이들이 가진 싱그러운 부지런함으로 참 많이 배우게 된다. 예전 농촌에서 집안에 감나무 한 그루씩 터 잡고 있었듯이 실내가드닝을 할 때 우리 집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기둥나무 같은 느낌을 준다.
초록이들도 분갈이를 해주었다. 조용히 키를 키우던 아이들에게 사이즈 늘려 분갈이를 해줬다. 당연히 흙도 새 흙으로 넣어주었다. 보답이라도 하듯 반년을 성장하지 않고 멈췄던 고무나무가 새순을 내 보답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