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덥고 습하기를 반복하다가 이제는 더위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꽃나무들은 더위에 지쳐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위가 유지되니 자신들이 어떤 상태가 돼야 하는지 대처를 더 잘하고 있는 느낌이다.
튼튼한 초록이들은 계속 새잎을 내고 있고 어느 정도 유지가 되자 오히려 식물을 계획하기가 쉬워졌다.
그러면 물을 주는 주기를 계획할 수 있고 계획에 맞춰 휴가를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침 가족 구성원이 다 같은 날 쉴 수 있게 돼서 휴가를 꿈꾸게 됐다.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묻어두었던 예금이 만기가 돼 재예치를 하라고 알려주었다. 마음속에 틈이 생겨 그사이로 일부 꺼내 쓰고 싶다는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부터 상상으로 유럽도 가보고 아시아지역도 가보고 가까운 나라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기서 T.M.I를 하자면 우리 가족은 국내에서 잦은 이사로 아직 해외를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 나는 남편을 설득해 정신없이 '만약에'라는 가정으로 세워진 다양한 여행일정을 준비해 보았다. 너무 신나서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두근하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복병은 아직은 여행이 쉽지만은 않은 딸이었다.
딸은 아무리 설득해도 이번에는 여행 가고 싶지 않고 그냥 집에서 쉬고 싶다고 했다.
좀 더 어릴 때는 해외는 힘들어도 국내는 기차로 참 많이 쏘다녔던 추억이 있었는데 그사이 아이는 좀 더 집과 집 주변 탐색이 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가 원하는 휴가는 그저 엄마, 아빠랑 같이 집에만 있어도 좋다고. 유치원을 안 가는 것만으로도. 그저 집에서 쉴 수만 있어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물놀이장도 집 근처 물놀이장으로 가자고 했다. 거기가 제일 재밌다며 말이다. 또 근처에 마트에 가려고 하면 아빠가 몰아주는 에어컨 빵빵한 자동차보다 좀 기다리더라도 마을버스투어를 더 재밌어하고 직접 걸어가는 길이 더 재밌다는 아이의 말에 우리는 더 많이 배웠던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가 휴가라고 하는 이름에 너무 많은 마케팅에 휘둘렸던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지금 이곳이 아직 낯설어 늘 여행 같은데 또 다른 여행을 힘들게 계획할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우리는 휴식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휴식하기에 아주 작은 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덕분에 아이와 타협을 하고 딱 반나절만 다 커버린 우리 부부의 답답함을 해소할 가까운 도시로 일탈해 풍경도 즐기고 흥을 담아왔다. 그다음 날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이소에 놀러 가 방학 동안 즐길 소품들을 담아왔다. 흔히 동네마다 있는 베이커리에 들려 다 같이 빵이랑 우유를 먹는 소소한 순간들이 충분히 추억이 되었다. 오늘은 집 근처 고양이카페를 다녀왔는데 그걸로도 하루종일 기뻐했다.
이번 방학 동안 우리 동네를 아이의 눈으로 본 입장에서 휴가를 떠나 볼 예정이다.
7월이 마지막을 향하고 8월의 시작을 맞이하는 요즘이다.
방학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자유로움에 신났고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들은 오전 혹은 오후까지 특근이 시작됐다. 둘째, 셋째가 있는 엄마들도 무더위 사이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날씨는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절정이며, 사람들은 일상에서 떠나 휴가 계획에 들떠 있다.
일탈을 계획하는 사람과 계속 일상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섞여 있다.
가족들 안에서도 이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방향이 다른 개개인이 있다.
가족끼리 뜻을 모아 같이 휴가를 보낸다고 해도 또 그 안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어 다들 입장이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파리 올림픽과 미국 대선에 대한 이슈도 들어온다. 각자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곳에서 집중하며 쉴 것이다.
이 글을 읽는 구독자 님들도 각자 자신이 있는 상황에서 가장 자신다운 휴가를 찾고 깊은 휴식을 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 꽃은 한 가지마다 다른 색으로 꽃이 핀다. 만약 그럴싸한 휴가를 꿈꿀 수 없더라도 한 가지에 색다르게 핀 꽃처럼 다양한 빛깔의 하루를 보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