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니 가로수 사이로 사피니아 꽃이 보인다. 할 수 있는 만큼 늘어져 일부러 화분을 거꾸로 놓은 것일까 싶게 넘쳐흘러있다.
바다나 계곡처럼 물과 그늘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가득하고.
밤이면 고요해야 할 거리는 오히려 그때서야 움직일 만 하기에 부산함이 가득해진다.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려 나가다 바닥을 보고 있으면 개미들이 제일 바쁘게 움직인다. 저마다 신나게 죽어나간 곤충들을 집으로 옮기느라 바쁜데 아마도 해충이며 곤충이 거리에 그득할 시기이다. 또 그뿐일까? 너나없이 아이스크림이며 셰이크처럼끈적하고 달큰한 간식을 먹으며 그 길을 지나다 보니 그 작은 한 방울이면 제일 작은 개미들이 모두 모일 수 있어 그곳이 새 휴가지가 되어준다.
그렇게8월은 평범한 달인듯하지만 일상에 참 많은 변수가 들어와 추를 늘어뜨리는 달이다.
일상을 아무런 의심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상이 뾰족함이 드러나 잘 굴러가지 않거나 변수가 너무 많아 이것이 일상인지 하루하루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살아내기 바쁜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내가 멈춘 것도 아니고 서로의 노력이 정교하지 않음이 아니라 그저 그런 달이 있을 뿐이다.
힘들지 않다면 다행이지만 일상이 조금 힘겹게 느껴진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싶다.
장마철에 언제 더 쏟아질지 모를 비의 눈치 보지만 그래도 관리를 이어가는 농부들처럼.
바람의 눈치를 보면서도 바다로 나가는 어부들처럼.
우리의 삶도 방향성이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우선순위를 가릴 수 없는 서로 중요한 것들이 삶 속에서 아우성칠 때가 있다. 가령 몸이 아파서 쓰러질 것 같은데 일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는 상황 같이 말이다.
그렇게 어지럽고 무거움이 뒤죽박죽일 때는.
마음속 깊이 조바심이 생겨나고 괜한 수치심과 외로움의 싹이 돋는다.
'나만 그런가? 나만 힘든가?'
이렇게 궁지로 몰아간 마음속 깊이 나만 그럴 거라는 믿음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든다.
그런데 살림살이가 그렇듯 굉장히 다를 것 같지만 가짓수가 다를 뿐 감정의 파도는 대게 비슷하다.
인생에 있어 가장 미니멀한 삶을 살고 있는 올림픽 선수들. 목표가 하나이고 오로지 하나만 보고 달리는 삶. 금메달만 목에 걸면 행복할 것 같은 선수들도 제각각 사연이 있듯이 다양한 갈레를 쥐고 있는 우리로써는 가끔 멈추게 되고 가끔 한쪽만 너무 자라나서 갈 길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글을 쓰는 나는 태생부터 밝거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기울어진 축이 있는 채로 태어나 노력해야 기본적으로 살 수 있는 존재.
기준 축을 맞추려 노력해야 하는 시소 같은 사람이다. 어쩌다 행복이 가득한 순간들도 점점이 있지만 대체로 불편한 게 전제에 많이 깔려 있는 삶이다. 이렇게 한 주간 한 번씩 그 불편한 틈을 타고 모으고 모은 희망의 끈, 승화된 감정을 풀어냄으로써 나에게도 설득해 보고 나처럼 치우쳐진 시소의 삶을 타고난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순간이 되길 바란다. 8월은 일상을 그저 살아가기만 해도 하루하루 주어진 대로 살아내기만 해도 기특한 것이라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