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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단장

by 미니작업실

봄꽃이 들어서자 확실히 집안에는 봄기운이 꽉 차는 듯하다.

그 와중에 씨앗도 보여주는 고마운 아이도 있어서 따로 받아다 작은 화분에 두었다.

봄은 햇볕도 그늘도 바람도 적당하다. 모든 꽃들이 모든 새순들을 내놓기 적당한 날씨이다.

꽃이 달큼한 향을 내자 역시나 우려했던 손님들도 등장했다. 뿌리파리가 많아져서 부랴부랴 독한 약품도 뿌려놓고 준비를 했다. 가드닝을 하다 보면 집 인테리어를 계속해서 바꾸게 되는 순기능이 있다.

식물마다 좋아하는 광량이 다르고 또 물을 빨리 먹는 애들과 천천히 먹는 애들, 물을 좀 싫어하는 애들도 있어서 그런 비위를 맞춰주다 보면 화분들은 저마다의 위치를 갖게 된다. 의도하지 않지만 조화롭게 배치된다.

꽃을 피우는 애들은 대체로 빛을 좋아하고 많이 받아야 마음껏 뽐낼 수 있다.

이렇게 화분들을 관리하는 것 보면 생각보다 부지런하지만 살림살이에서는 참 태만하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면 쉽게 끝낼 일을 계속 미루고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며 이리저리 미뤄두었다. 마침 날씨도 나의 귀차니즘에 동조하듯 사계절을 다 보여줘서 모든 옷들이 옷걸이에 걸려 있고 옷장은 터져나가고 있다. 세탁기도 더불어 사계절의 옷을 감당해주고 있다. 옷만 해도 그러한데 냉장고며 공간도 곳곳에 비효율적인 동선으로 눈에 거슬리면서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화분 배치를 바꾸고 나니 또 덩달아 거기에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봄단장은 이렇게 이 공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시도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매번 같은 봄이라고 생각하거나 겨울 그대로의 모습을 지금까지 이어왔다면 지금의 봄바람을 의심하지 말고 우리에게 온 봄을 그대로 누려보자. 봄은 봄다운 아기자기한 에너지가 있다. 올해의 소중한 봄, 집안 가득 초대해 보자.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 여름이 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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