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과 나 사이

엄마의 작업실

by 미니작업실

오늘도 어김없이 장미를 보러 공원에 갔다. 나는 5월에 장미를 본 적이 드물다. 장미가 5월에 피었다는 것도 몰랐다. 물론 어린 왕자의 장미가 소중하다는 것도 알고 오랫동안 입시 그림 소재로 그리는 대상으로는 알았는데 정작 그 장미가 언제 피는지 잘 몰랐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실제 내가 아는 것과의 차이는 참 크다.

오늘 장미를 열심히 사진 찍으면서 향기가 훅 들어왔다.

사진을 찍으면서 이 향기를 담을 수 없다는 게 참 아쉬웠다. 그러면서 한참을 장미를 구경하고 살펴보면서 공원을 다녔다.




나는 그림을 그리지만 그림을 잘 모른다. 미술 개념에 대한 책, 전시에 대한 책도 보지만 누구를 위한 평균치 인지 몰라서 그냥 노를 저어가다 얻어 걸리면 이게 전시회가 이렇게 열리는 구나 이런 것도 그림이었구나 어렴풋이 내 개념에 넣어둘 뿐이다. 딱 그런 마음이었다. 그런 내게 첫 전시가 다가오자. 공포심이 몰려왔다.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런데 참 은밀하게 자존심을 세우며 아닌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공포심이 생겼다.


이 '공포심'은 언제부터 생겼나 이 감정에 낚시줄을 당겨본다. 어디서부터 연결된 것인지 줄타기를 해본다.

너무 급하게 당기면 끊어진다. 아주 천천히 살펴보니 미대 진학에서 내가 너무 원했던 1지망의 대학에 지망조차 못하는 성적을 받았을 때의 1차 충격, 그 이후에 다가온 열등감에 의한 학벌 차별이라고 느끼는 나의 예민함, 그 후에 내가 그 결과에 납득을 해야하는 10여년의 시간들이 나를 짓눌러 공포심을 가져다 주었다.



'고등학생때의 공포가 무엇이었을까?'


사회에 나갈 대단한 무기 하나가 없다는 것이었다.


요즘 화두가 되는 자존감은 그때 떠올릴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단지 '자존심'을 세울만한 나만의 '자부심'리스트가 크게 없어졌다는 그 실수였다. 그 실수가 사실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살펴본 결과, 나의 오만함, 나의 태도의 문제, 마음가짐의 문제 등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알게되었으니 나는 이제 자유롭다고 여겼다.


그런데 내게 또 남아있는 큰 틀이 있었으니. 전시를 할때 학벌이 필요하다는 큰 벽이었다.

그건 사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나도 납득을 한다. 그런 내게 기회라는 게 오자.

그 틀을 이용해 나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너가 가능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19살의 내가 아직도 떨고 있었다.

그때 먹었던 겁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공포심이 아직도 대학의 당락 처럼,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말 내가 몸담고 싶은 곳에서의 경험을 하나 쌓으려하자 깊은 불편감으로 나온것이었다.


왜 하필 장미가 내게 눈에 들어왔을까? 나는 장미를 참 오랫동안 시샘해왔다. 나는 내가 장미를 받을 수 없다고 여겼다. 나는 수수한 꽃이 좋아. 나는 장미가 아니라 들꽃도 예뻐~ 그런 말에 나 스스로를 위로를 해왔다.

그래서 였을까? 장미의 꽃말과 상관없이 나 혼자서 장미는 잘난척할거야. 장미는 태생적으로 이유가 있었을거야. 저 장미는 특별히 예쁘고 사랑받는 이유가 있었을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오늘 정원에서 만난 그 장미들은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있었다.

장미는 장미였다. 그냥 식물 장미, 향기가 아름답고 모습도 참 우아하고 꽃 스스로도 자태가 있는 모습에 한참을 구경했다.

여왕다웠다. 그렇지만 수수했고 적절히 가시도 있었다.


나는 그토록 갖고싶고 누리고 싶었던 기회를 잡고 있으면서도 나 스스로 믿지 못하고 있었다.

장미가 되어도 괜찮아. 그리고 그 장미가 펴도 아무도 머라하지 않아.

고3말 당락이 결정 되었을때 꿈을 꾸었다. 장미꽃을 놓치고 전혀 다른 꽃을 쥐고 만족했던 나의 모습을 말이다. 몇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하고 있었구나.


정원에서 만난 꽃들은 충분히 우아했고 충분히 건강했다. 가꾸는 사람들도 행복해했고 그 자태도 우아했다.

나의 선택과 조건이 늘 정원일 수는 없겠지 그렇지만 내가 항상 정원 밖만 고집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나는 이제 장미꽃과 친해보려고한다. 장미꽃과 더불어 다양한 꽃들과 친해지고 어울려보려고 한다.


https://youtu.be/h2UuK0j58eY

https://youtu.be/81Nr0u2Jn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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