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나 우거진 나무들을 보면 언제 저렇게 진초록이 되었지 싶게 그동안 품어왔던 모든 초록을 있는 힘껏 발산하는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자연스럽게’라는 말은 어쩌면 ‘정말 발 빠르게’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싶다.
나는 뭔 갈 생각하고 이루려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고생, 상념, 푸념 등이 마구 마구 올라와 드러내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참 강해진다. 그 하나를 이루고 나면 정신없이 그것에 눈이 팔려 그것을 붙들려한다. 그런데 자연은 정말 냉정하다. 냉정하게 묵묵히 입력 값을 넣으면 뱉어내는 것처럼 정말 조용히 너무나 완벽하게 아주 작은 점들을 변화시킨다. 심지어 너무나 조용하고 아무도 모르게 변신한다.
지난봄, 있는 힘껏 열심히 결실을 맺어왔던 벚꽃은 늘 주목받았던 유명 도시의 벚꽃터널이 아니라 오히려 아파트 화단에서의 벚꽃들에게 시선이 모여들게 되었다. 모든 발걸음의 통제 속에서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일정치 않은 그 외출 속의 긴장감과 다르게 너무 천연덕스럽게 피어있는 그 작은 벚꽃들을 보자니 사람들이 설레었다.
그래서였을까? 사람들의 욕구를 빗대어 시샘하듯 피어난다고 하지만 내가 관찰한 꽃들은 정말 질서 정연하게 자기 차례에 맞춰 피워냈다.
우리 집 아파트 화단에서는 그 벚꽃이 만개해서 흐드러지면 다른 쪽에서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듯 막 피워낸 꽃들도 있었다. 그렇게 정말 작정이라도 한 듯 어쩌면 저렇게 적재적소에 피워내는지 감탄한 적이 많았다. 그 이후로 여러 차례 같은 종자인지 비슷한 류의 꽃들을 피워냈다. 나는 이럴 때만 갑자기 도시인이라며 이름을 모르겠다고 뒷걸음치는 마음이 부끄럽다. 이름이라도 좀 알아둘걸. 그렇지만 내 눈엔 다 비슷해 보이는 벚꽃 류의 꽃들이 좀 더 진분홍에 가깝고 좀 더 붉고 더 겹겹이 피어있기도 하고 이렇게 여러 종류의 꽃들이 차례차례 지났다.
그리고 요즘 초록잎의 시대가 다가왔다. 예쁘지는 않지만 한차례 시선을 거두기에도 적절하고 더 이상 질릴 새도 없이 저절로 초록잎이 왕창 내 앞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와~ 그동안 쉬지 않았구나. 부지런함으로 따지면 저 산에 나무들, 집 앞의 화단에 피어난 나무들이 제일 대단한 것 같았다. 우리는 적절히 휴식을 취한다. 우리는 휴식하는 시간을 낸다. 그런데 나무를 보자면 빛깔을 달리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가끔 우리는 초록이어야 할 때가 있다. 우리는 애벌레와 번데기에 비유를 많이 하지만 우리는 번데기가 되기에는 껍질이 너무 투명하고 아는 사람,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다. 나는 딱 초록 잎을 가지고 성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르익어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한껏 뛰고 나면 내가 쉬고 싶지 않아도 쉬어야 하는 시간이 또 올 테니까. 그때 머쓱해지지 않을 만큼 아쉽지 않을 만큼 올여름을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