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갈증

엄마의 작업실

by 미니작업실


휴가 같은 일상을 삶 속으로 가져오기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의 시간들을 모두 휴가의 연속으로 상상하는 습관이 있다. 원래 내향적인 성향이긴 하지만 이렇게 반 강제적으로 오랫동안 집에 머물러야 하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20대 때 모두가 해외로 지방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나는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자리 잡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모든 걸 내려놓은 채로 오로지 일에 집중했었다. 여행을 가려면 시간을 내야 하는 데 시간을 내려면 일을 당장 그만둬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과 휴식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었다. 사치라고 하기엔 일에 대한 애착도 있어서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났다. 마치 내가 고인물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는 마침 일하는 곳이 모든 사람들이 놀려고 오는 곳이었고 내가 사는 동네도 모든 사람이 놀기 위해 모인 동네여서 간접적으로나마 마음이 늘 휴양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정도의 흥이면 충분했다. 출퇴근을 하면서 그 기분을 오롯이 느끼려고 애썼다. 나는 휴양지에 놀러 가면서 돈도 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미술학원이라는 장점도 발휘했다. 스타일에 대해서는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자유롭고 예술적? 이면 다 인정해주는 곳이었기 때문에 나는 출근복장도 늘 그날그날 데이트 모드, 휴가 모드, 누가 봐도 선생님 모드로 자유롭게 다녔던 것 같다. 그렇게 매일을 자유롭게 살기를 선택하고 행복하게 지냈던 것 같다. 그때는 나름대로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기억에 나쁜 것은 다 지워져 있고 내가 대부분 반짝반짝해 보인다. 이래서 어르신들이 다 왕년에 잘 나가셨나 보다. 나 조차도 왕년에는 잘 나갔다고 기억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요즘에 나에게 휴가 같은 시간이 참 길어졌다.




휴가가 뭘까?


내가 생각한 휴가의 기본 조건은


'쉬고 눕고 짐을 둘 공간, 제한된 공간 안에서 같이 지내기, 아예 밖에 놀러 다니기'다.


이런 걸 생각하면 휴가가 일상과 다를 게 없다.


나는 20대 중반에 일하는 학원에 미리 말씀드려서 겨우겨우 3박 4일을 뺀 적이 있다. 난 참고로 주 7일을 일했다. 담당하는 애들도 많았고 그렇게 책임지고 일하는 게 재밌었고 학생들도 많이 늘어서 일하는 것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겨우 시간을 내서 제주도를 갔었다. 나는 제주도를 뚜벅이로 갔다. 지도 한 장 들고 지금 같은 시대에 완전 아날로그 여행을 했다. 차나 스쿠터 없이 말도 안 되지만 말이 안 되는 여행을 정말 버스를 타고 미리 알아본 경로로 잘만 돌아다녔다. 좀 짠내 나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정말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말 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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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로 갔을 때도 관광용 버스를 탈 수 없었기 때문에 시내버스로 다녔다. 시내버스로 다녔던 우도 여행은 기사 아저씨의 안내로 정말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그리고 완전 여행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사는 동네도 구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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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짧은 여행의 기억이 깊다. 모든 게 처음이고 새로운 곳을 보는 눈은 '설렘'이 기반이 된다. 그렇게 설렘을 가지고 살펴보다가 어떤 아주머니를 발견했다. 아주머님은 내 눈에는 너무나 환상적인 곳에서 너무나 힘든 모습으로 너무나 지쳐있었다. 저 모습은 마치 일하러 다닐 때 정말 귀찮고 힘들 때 다녔던 내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 내 마음이 너무 지쳐있으면 하와이나 제주도나 디즈니 랜드나 그 어떤 환상적인 곳에 있더라도 기쁨은커녕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는 거였다.

나는 요즘 그때의 기억을 곱씹는다. 매일 같은 구조의 아파트, 비슷한 루틴의 일상을 보내지만 조금씩 여행자 마인드, 이방인 마인드 세팅을 해야 한다. 요즘, 다시 남편과 떨어져 독점 육아로 가끔 어디로 휙 떠나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만 일해 본 사람이 보는 자리가 있다. 내가 답답해 휙 떠난 자리에서도 그곳이 일터인 사람들을 살펴보게 된다.



백화점에 가면 다 반짝일 것 같지만 눈에 드러나지 않게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딱 그 마음으로 내 일상을 본다.

휴식하고 싶은 내 마음, 내 휴식의 갈증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다시 내 일상에 휴가를 가져와야지.


휴가를 가져와 일상과 휴가가 다르지 않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더 깊게 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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