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이가 제법 많은 세 아이를 둔 엄마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게 됐다. 엄마라는 자리가 너무 허무하다고 얘기했다. 미취학 아이를 둔 엄마라면 그냥 육아 자체에 지쳐 흘러나온 탄식 같은 거라 감정 언어로 듣고 흘려도 되는 얘기일 테지만 이번 대화는 씨알이 제법 굵은 심정의 언어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 얘기는 계속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얘기의 전말은 그렇다.
첫 번째 타격은 아이가 어느덧 사춘기 시절을 맞이했고 맹렬히 엄마를 쫓았던 시간들이 지나고 반항을 하는 아이를 맞이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그 시간이 너무나 허무하다고 했다. 그 허무함이 그분을 내내 짓눌러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태가 된 것이다. 아이를 탓하다가 꼬리를 물어 자신을 향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투자하며 모두 쏟아부었던 잃어버린 물리적 시간, 잃어버린 자신에 대한 자각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어떤 감정이 더 허무한가를 나눴다.
그 허무한 자리, 엄마의 자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은.
허무함을 몰라서가 아니라.
뭘 덜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함일 것이라 생각했다.
엄마 자리, 아빠 자리라는 것이 그럴 것이다. 무얼 더 반짝거리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라 자랑스럽거나 떳떳할 수는 없어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 마음자리가 아닐까 싶다.
허무함은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만 오는 감정일 것이라 매듭지어본다.
정말 내가 그 허무함을 맞이할 땐 좀 더 의연하기 보다 진실로 감정 그대로 다가오길 바란다.
그만큼 후련한 매듭일 거라 짐작해 본다.